스파오, 펭수·기생충…기막히게 유행 찾아내는 '콜라보 어벤저스'
MZ감성 꿰뚫는 2030세대로 조직원 구성
모두가 CEO…기획·디자인 윗선 보고 없이 추진
5년 만에 매출 1800억원·판매량 1000만장 돌파
3년 안에 협업 제품 年 매출 1조 목표
세대 아우르는 트렌디한 브랜드 될 것

기획과 동시에 디자인 착수
영화 기생충과 ‘나홀로집에’, 캐릭터 ‘해리포터’와 ‘세일러문’. 이들의 공통점은 스파오와 손잡고 협업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스파오의 협업 경쟁력은 ‘콜라보셀’이라는 독립된 조직에서 나온다. 스파오 내엔 니트셀, 맨투맨셀 등 제품별 팀도 있다. 이들은 이랜드 경영진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일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 트렌디한 옷을 내놓을 수 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20세기 폭스 영화사와 계약을 맺은 것도 스파오다. 영화 나홀로집에 캐릭터를 활용해 지난해 11월 내놓은 파자마는 2주 동안 3만 장 넘게 팔려나갔다. 출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5억원어치 이상 판매됐다. 스파오가 해마다 내놓는 파자마 제품군은 매년 200억원어치가 팔린다. 브랜드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성재현 스파오 마케팅 팀장은 “협업 제품만 전담으로 생산하는 공장이 따로 있기 때문에 협업 제안과 동시에 디자인 작업과 샘플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며 “빠르게 완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발주자도 많지만 이렇게 빨리 잘할 수 있는 건 스파오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콜라보셀 소속 5명의 연령대는 25~33세다. 이들이 한 번에 몇만 장씩 생산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처럼 일한다. 이랜드그룹이 이들에게 전권을 일임한 것은 그만큼 젊은 층의 선호도와 트렌드를 잘 안다고 판단해서다.
사전 조사도 철저히 진행한다. 협업제품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김세은 디자이너는 “해리포터 협업 제품을 내놨던 2018년 겨울엔 하루 만에 8만 명, 1주일 만에 30만 명이 설문에 참여했다”며 “수십 개 샘플 중 대다수 소비자가 선택한 제품을 출시하면 그만큼 팔릴 확률이 높고, 생산량을 가늠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대국민 설문조사로 수요 예측

스파오 콜라보셀에서 지난해 선보인 협업 제품군은 22개에 달한다. 매년 20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15년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협업 제품 누적 매출은 1800억원에 이른다. 판매량은 1000만 장이 넘는다. 성 팀장은 “3년 안에 스파오의 협업 제품군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스파오의 단기 과제는 고객 연령층을 확대하는 것. 현재 20대 비중이 스파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를 잠재적 소비자인 10대, 경제적 여유가 많은 3040세대로 확장하는 것이 과제다. 이를 위해 이달 중 10대들이 열광하는 유명 래퍼 ‘팔로알토’와 협업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콜라보셀팀의 차수정 마케터는 “스파오가 추구하는 목표는 지금 당장 유행하는 옷,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라며 “경동나비엔과 손잡고 발열내의를 ‘입는 보일러’로 마케팅하는 등 다양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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