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유럽 수출을 시작했다. XM3 유럽 수출 물량은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효자 상품’이다. 하지만 르노삼성이 내년 이후에도 XM3 유럽 물량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사 갈등이 격화되면 프랑스 르노 본사가 물량을 다른 공장에 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25일 XM3의 첫 유럽 수출 물량(750대)을 선적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이 차량들은 내년 초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에서 ‘뉴 아르카나’라는 이름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르노 본사는 지난 9월 XM3 유럽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만들기로 확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 본사는 부산공장의 노사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는 것을 우려했다”며 “이 때문에 유럽에 있는 공장에 XM3 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마지막까지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로노삼성의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 XM3 유럽 물량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르노삼성 노사는 국내 완성차 5사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매듭짓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던 기아자동차 노사도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상태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을 월 7만1687원(4.69%) 올리고 일시금 7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내년 초 파업을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르노그룹 고위 임원들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 물량 배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이미 여러 차례 경고했다.

XM3 유럽 물량이 다른 공장으로 넘어가면 르노삼성은 대대적인 인력 감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 연 20만 대를 생산해야 현재 인력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데, 유럽 물량이 빠지면 연 10만 대 수준으로 떨어진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