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기업의 감사위원(사외이사 겸직) 가운데 30%가량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 이들 기업은 감사위원 중 최소 한 명 이상을 분리 선임해야 한다.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모든 주주의 의결권은 각각 3%로 제한된다. 외국계 펀드와의 지분 대결에 맞서야 할 기업들은 “마땅한 대응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20일 한국경제신문이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12월 18일 기준)의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감사위원이 최소 한 명 이상인 기업이 2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30대 기업 감사위원 102명 중 31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감사위원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1명) SK하이닉스(1명) LG화학(1명) 네이버(1명) 현대자동차(2명) 카카오(3명) 기아자동차(1명) 등 시총 상위 열 개 기업 중 일곱 곳이 포함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상법 개정 후 첫 시행인 만큼 분리 선출할 감사위원 후보에 경제계와 시민단체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주주총회를 무난히 통과할 독립성 있는 인물을 찾는 데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자칫 회사 추천 후보가 거부당하면 경영시스템 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몇몇 대기업은 외국계 펀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기성 외국계 펀드가 3%씩 의결권을 모으면 대주주 측보다 의결권 지분이 많아지는 경우가 상당해서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헤지펀드의 국내 활동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법 시행 시기를 최소 1년 이상 늦추거나 시행령에라도 기업 어려움을 반영하는 조항을 넣을 것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