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산업계는 다시 ‘비상 모드’에 들어갔다. 기업 방역선이 뚫리면 올초 발생한 대규모 생산 차질이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그룹은 재택근무를 대폭 확대하고, 퇴근 후 다중이용시설 이용도 제한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쏟고 있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사업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술집이나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마스크를 미착용하거나 제대로 쓰지 않은 직원을 신고하는 ‘마스크 방역센터’도 사내에 설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직원들이 출근할 때마다 온라인으로 자가검진, 발열 체크를 하도록 하고 집단감염 발생 장소 방문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SK, LG,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도 사옥에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인원도 최소화하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전체 직원의 절반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LG는 이달 초 재택근무 규모를 70%로 확대했고, SK는 필수인력만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하는 등 전 직원 재택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SK이노베이션은 사전에 부서장의 승인을 받아야만 출근할 수 있고, 출근 후에도 회의는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부터 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세트부문(CE·IM)에서 부서별로 30%씩 순환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현장에서도 근무지 외 이동 자제, 식사 시간 분산 등 방역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이 강도 높은 방역 대응에 나선 건 생산 차질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이미 연초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생산 중단)’을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삼성전자 현대차 삼성중공업 등에서 산발적인 셧다운이 발생했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방역지침을 시행해 생산 차질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면 기업들은 방역지침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단계 격상 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하면서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도 방역지침 강화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