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면서 은행들이 자체 개발 인증서 외에 외부 인증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4대 시중은행의 카카오페이·토스 인증서 도입은 상당히 늦춰질 전망이다. 고객을 카카오페이나 토스에 뺏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데다 외부 인증서 결함으로 금융사고가 나면 은행이 돈을 물어줘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에서 이용 가능한 민간 인증서는 공동인증서(옛 공인인증서)와 금융결제원에서 새롭게 내놓은 클라우드 금융인증서, 자체 개발한 은행 인증서 등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쏠 인증서를 내놨고,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KB모바일 인증서를 출시했다. 하나은행도 앞서 하나원큐 인증을 도입했다. 농협은행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출시한 인증 서비스인 패스 인증서도 열어주고 있다. 은행이 인증사업자와 계약을 맺어야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신해 민간 인증서를 계좌 개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카카오·토스 인증서 도입은 유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외부 인증서 도입 시 은행이 금융사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증서가 뚫리면 은행 내부 전산이 전부 노출될 수 있다”며 “핀테크뿐 아니라 다른 은행 인증서를 가져올 때도 도입한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이 망설이는 배경에는 빅테크(대형 IT기업)와 벌이는 경쟁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페이 등으로 고객이 이탈하는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이 은행권의 입장이다. 카카오페이 인증서와 토스 인증서 모두 은행 앱에서 계좌 개설을 하려면 카카오톡이나 토스 앱을 거쳐야 인증이 가능한 구조다. 금융거래를 위해 계좌 개설을 할 때부터 토스나 카카오로 회원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분간은 자체 인증서 사업화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카카오페이 인증서나 토스 인증서는 추후 도입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