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정책이 성공하면 2015년 1.2명 수준인 합계출산율이 2020년에는 1.5명까지 회복될 것입니다.”

2015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발표 당시 정부의 전망이다. 하지만 1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4차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올해 합계출산율이 0.8명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과거 세 차례 기본계획을 통해 305조원, 저출산 대책만 한정하면 185조원을 쏟아붓고도 출산율은 정부 예측과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정부는 4차 기본계획에서 남성의 육아 참여를 늘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상의 근본적 전환없이 예산 투입만 늘려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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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같이 육아해야 혜택↑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부부 동반 육아 때 인센티브를 크게 강화했다는 점이다. 현재는 부부 중 한 명이 먼저 육아휴직을 하면 세 달간 월 최대 150만원을 주고, 다른 한 명이 뒤따라 휴직하면 3개월간 최대 250만원을 육아휴직수당으로 지급한다. 4차 기본계획에서는 부부가 동시에 3개월간 육아휴직을 할 때에 한해 각각 최대 월 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동시 휴직 기간 첫달에는 각각 200만원, 둘째 달에는 각각 250만원으로 기간이 길수록 지원금도 높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능한 부부가 동시에 3개월은 함께 육아를 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같은 3개월간의 공동육아 경험이 이후 남성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남성이 아이 돌봄 기법을 습득해 더 많은 육아 분담을 할 수 있고 여성은 그만큼 육아에 따른 시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 확대를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직원이 육아휴직에 들어갈 때 중소기업 사업주에 지원하던 금액을 월 30만원에서 200만원까지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특수고용직, 예술인, 플랫폼 근로자, 자영업자 등에 대해서도 육아휴직수당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 확대 방안을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데 따른 수순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육아휴직자가 2019년 10만5000명에서 2025년 2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재탕 정책에 늦춰진 시행

이 같은 대책을 통해 2022년 이후 출산 가구에 추가 지원되는 돈은 최대 102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날 대책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5년까지 9조5000억원의 신규 예산을 투입해 출산 및 양육에 따른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며 “4차 기본계획이 인구절벽을 막는 버팀목이자 인구변화의 흐름을 바꾸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초연금 인상 대상 확대를 비롯해 이번 대책에 포함된 정책의 60% 이상은 이미 발표한 내용을 다시 언급한 데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고령화 관련 정책 중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어 저출산 대응과 함께 고령사회를 준비한다는 기본계획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보육 및 육아와 관련한 지원 확대만으로는 저출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지원에만 집중한다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도 각종 준비 미비로 대부분의 지원책은 2022년부터 시행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저출산 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구축하겠다”며 전담 사무처까지 신설했음에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5년 3차 기본계획과 비교할 때 개별 정책의 지원금액을 늘린 것 이외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며 “지금까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근본적인 인식 전환에 대한 고민 없이 더 퍼주는 것만으로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책의 중심을 보육 및 육아 지원에서 지역 거점 육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며 지방 공동화와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으로 연결되고 있어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