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을 균형있게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노사관계의 균형추가 노동계로 완전히 기울게 됐다는 산업현장의 우려를 외면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노조법 개정은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의 핵심 내용을 보장하면서 한국 기업별 노사관계의 특성을 함께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노조법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선결조치로,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정부는 경영계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개정안에 노조의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금지, 해고자 등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 등의 조항을 담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모두 삭제됐다. 경영계에서는 이를 두고 “여당이 노동계의 민원을 처리하면서 노사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은 “당초 정부안에는 쟁의행위와 관련해 원칙 조항과 이를 더 구체화한 조항(주요 시설 점거 금지)이 있었는데 국회 논의과정에서 원칙 조항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해 나머지 규정을 삭제한 것”이라며 “노동계의 요구를 반영했다거나 현행 해석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주요 시설 점거 금지 조항이 삭제되는 대신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조업을 방해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단체행동권과 비파업 근로자의 근로권, 사용자의 조업권을 감안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생산·주요 업무시설에 대한 점거 금지는 최근 대법원 판례로도 확인되고 있다”며 “단체행동권과 사용자의 조업권은 모두 존중받아야 할 기본권”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주요 시설 점거 금지 조항 삭제에 대해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사실상 용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50~299인 중소기업의 주 52시간 근로제와 관련해서는 “추가 계도 기간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장관은 “지난 1년간 계도 기간을 부여했고 그동안 많은 기업이 준비를 마쳤다”며 “임시적인 행정조치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집행을 더 이상 미루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