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산업 정점 찍었나?

심재훈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상무

[한경 CFO Insight] 한국 골프산업 정점 찍었나?

골프에 대한 국내 대중의 인식은 1990년대 중반 까지만 해도 귀족운동, 고액접대 등 부정적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세계적인 골프스타 박세리 선수의 선전과 김대중 대통령의 골프 대중화 선언 이후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책적 지원과 국민 소득의 증대로 골프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다. 시설 공급도 증가해 2000년대 연간 약 20여곳의 골프장이 공급됐지만 여전히 예약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골프산업은 양적성장을 이뤘다.

골프장 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원권 시세 폭락사태 등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쇄도하는 입회금 반환요청과 금융권 대출규제 등 악재 속에 수익성이 악화된 골프장들이 줄줄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구조조정기에 돌입했다. 당시 '골프장 공급 과잉이다’, ‘골프장은 사양산업이다’라는 등의 말이 많았지만 국내 골퍼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골프산업은 불황을 넘어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 골프장 내장객 수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은 이후 2019년엔 약 3900만명으로 4배에 가까운 내장객 수 성장을 기록했다. 연평균 성장률(CAGR) 기준 7.4%에 이르는 수준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부분 산업계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반면 골프장 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심리적으로 지쳐가는 가운데 골프장을 찾는 골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언택트(비대면) 스포츠로서 맑은 공기와 탁 트인 전망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골프 수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코로나19 뿐만이 아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맞춰 야간 운영을 하는 골프장이 증가하면서 평일에 골프장 방문이 어려웠던 골퍼들에게 접근 기회가 늘었다. 골프장 예약 대행업체인 골프몬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2019년 4~5월 야간 골프장 내장객은 전년 대비 45% 가량 증가했다.

대중제 골프장들에 비해 호황의 효과를 상대적으로 누리지 못하는 회원제 골프장의 대중제 전환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엔 주로 기업회생절차 이후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중제 전환이 이뤄졌다. 회원혜택 제공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재무구조 부실로 이어진 결과다. 법원의 관리하에 재무제표상 부채인 입회보증금 원금 또는 원금 이하의 금액을 반환하고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국내 최초 회생 인수합병(M&A)을 거친 골프클럽 안성Q의 경우 기업회생절차 개시전 회원제 시절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17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업회생절차 종결 후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되자 EBITDA 5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엔 홀당 78억원 수준의 높은 가격에 매각됐다. 대중제 골프장 전환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모기업의 탄탄한 신용과 자금을 활용한 대중제 전환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으로부터 차입금을 조달해 무이자차입금인 입회보증금 원금을 상환해 회원권 채권을 소각하는 방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조달금리 하락으로 회원혜택 제공으로 인한 영업이익 손실보다 차입금 이자비용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골프시장에서 기회를 찾은 외부투자자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과거엔 오너 중심의 일부 기업들 간에 골프장 거래시장이 형성된 반면, 최근엔 부동산 자산운용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골프장 전문 임차 운영사가 등장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도 골프장아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부동산 가치상승 기대를 내세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골프장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파가니카CC는 거래 당시 한 홀당 거래가액 50억원을 돌파하면서 권역내 신고가를 갱신했다. 더플레이어스, 안성 아덴힐, 골프존카운티 안성Q 등 거래됐거나 거래가 진행중인 골프장들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최근 달라진 골프장 M&A시장을 보여준다.

골프장 신규 개발을 위한 토지확보 및 인허가가 점차 까다로워지면서 신규 골프장 공급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신규 골프장 조성사업을 이유로 한 토지수용 관련규정은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골프장 M&A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투자자 입장에서 현재 골프장 업계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 부근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골프장이 골프장과 상호보완적 관계로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골퍼들의 필드 수요는 일시적·단기적인 것이 아니다. 공급 측면에서도 미국·일본과 같은 곳과 비교하면 국내 골프 인구 대비 골프장 수는 과잉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골프산업이 성장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선 업계의 능동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여성 및 20~30대 골퍼 등 신규 수요층의 다양한 수요에 맞춘 전략과 운영방식의 체계화, 전문화 등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자들 입장에선 제한된 공급에 비해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어, 합리적인 시장분석에 따른 적정 투자가치의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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