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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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13조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거래로 주택담보대출이 이어졌고, 11월말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미리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 10월 말보다 13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월간 증가폭 기준으로는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다. 기존 최대치인 지난 8월(11조7000억원)보다 2조원 가량 더 많은 수준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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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중 가장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6000억원으로 6조2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지난 8월(6조1000억원) 이후 4개월째 6조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지난달 말 265조6000억원으로 7조4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 폭으로, 기존 최대치인 8월(5조7000억원)보다 2조원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과장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증가하면서 관련 자금을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매매 시 부족한 자금은 신용대출을 적극 활용했고, 지난달 말 신용대출 규제 시행으로 그 전에 필요한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기타대출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연소득 8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은 개인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살 경우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해당 규제는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됐다.

한국은행은 기타대출의 추가 확대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윤옥자 과장은 "기타대출 확대는 주담대에 더해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우려스럽다"며 "12월 기타대출은 연말 상여금도 반영되고, 신용대출 규제 효과로 11월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생활 자금 수요나 주식 관련 자금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실제 규모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기업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됐다.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82조원으로 10월 말보다 6조7000억원 늘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대출이 7조원 증가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3000억원 감소했다.

은행 예금을 비롯한 수신 잔액은 11월 말 1914조원으로 22조6000억원 증가했다. 10월(-5조3000억원)엔 세금 납부 등으로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계절적 요인으로 자금이 다시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