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락 LG AI연구원 CSAI(최고 AI 전담 과학자)가 7일 연구원 출범 행사에서 ‘AI 선행기술의 글로벌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주)LG 제공
이홍락 LG AI연구원 CSAI(최고 AI 전담 과학자)가 7일 연구원 출범 행사에서 ‘AI 선행기술의 글로벌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주)LG 제공
LG그룹의 인공지능(AI) 기술 전담 조직인 ‘LG AI연구원’이 출범했다. AI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임무다. 원장과 수석과학자(CSAI·최고 AI 전담 과학자)가 45세 이하인 젊은 조직이란 점도 눈에 띈다.

업계에선 내년 취임 4년차를 맡는 구광모 LG 회장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이 ‘초격차’, SK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전면에 내세운 것처럼 LG도 ‘AI’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구글의 핵심 인재까지 영입

구광모 LG 회장
구광모 LG 회장
LG그룹은 7일 온라인으로 AI연구원 출범 행사를 열었다. 구 회장은 축하 메시지에서 “LG가 추구하는 AI의 목적은 기술을 넘어 고객의 삶을 더 가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며 “AI연구원이 그룹을 대표해 혁신의 방법을 발전시켜나가는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지원도 약속했다. 구 회장은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했으면 좋겠다”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해 가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40대 초중반인 젊은 수장들이 조직을 이끄는 점도 AI연구원의 특징이다. LG그룹은 연구원 출범에 발맞춰 AI 분야 석학이자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구글의 AI 연구조직 ‘구글브레인’ 핵심 멤버인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43)를 CSAI로 영입했다. 그는 AI 원천기술 확보와 중장기 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연구원장도 젊다. LG사이언스파크 AI 추진단을 맡았던 배경훈 상무(44)가 조직을 이끈다.

배 원장은 이날 출범식 개회사에서 LG의 ‘AI 여정’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AI연구원은 출범 전부터 기술 난제에 도전해 왔다”며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AI를 활용해 사람이 3년6개월 걸렸던 일을 8개월 만에 처리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식 출범을 계기로 LG가 확보한 방대하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LG 계열사 곳곳에 산적해 있는 기술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독자적인 성과 보상체계 마련”

AI연구원은 LG경영개발원 산하 조직이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조직에 참여한다. LG그룹은 3년간 글로벌 인재 확보, AI 연구개발 등에 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내년엔 핵심 연구인력 규모를 100여 명 선으로 확대하고 2023년까지 그룹 내 AI 전문가를 1000명 선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와의 연봉 테이블을 달리 가져가는 방법으로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할 계획”이라며 “독자적인 인사 시스템과 평가·보상 체계를 마련해 성과를 낸 직원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LG AI연구원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된 LG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와 함께 ‘AI LG’ 비전을 실현하는 선봉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그룹 5개 계열사가 4억2500만달러(약 4980억원)를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세계 각국의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4분기에도 AI 기반 모바일 광고 스타트업인 미국 몰로코, 이스라엘 AI 의료영상 분석 업체 제브라메디컬비전 등에 투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