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선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 음식 배달업체인 도어대시가 곧 상장한다. 한국에서도 카카오페이지(콘텐츠), 야놀자(숙박), 쏘카(차량 공유), 원스토어(앱스토어), 패스트파이브(사무실 공유) 등이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넘쳐나는 유동성의 힘으로 몸값을 충분히 받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플랫폼 기업 사이에서도 각자의 경쟁력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플랫폼 기업의 가장 큰 특징은 네트워크 효과다. 쓰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플랫폼에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이 커지는 효과를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을 끌어 들여 승자 독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잠재력 덕분에 플랫폼 기업은 보통 시장에서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다.

에어비앤비는 300억달러(약 33조원), 도어대시는 250억달러(약 27조원) 가치로 상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페이지와 야놀자는 4~5조원대로 기업 가치가 거론된다. 대한항공이나 SK케미칼, CJ제일제당 등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이들 2세대 플랫폼 기업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1세대 플랫폼 기업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플랫폼 기업이라고 다 같은 플랫폼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건은 멀티호밍(multi-homing) 여부다. 사용자들이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쓰는 현상을 일컫는 멀티호밍은 토머스 아인스먼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2006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게재한 ‘양면 시장을 위한 전략(Strategies for Two Sided Markets)’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아인스먼 교수는 멀티호밍이 나타나면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셜미디어가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마이스페이스를 제치고 1위 업체로 올라섰지만 인스타그램, 스냅, 틱톡 등 경쟁 업체가 계속해서 등장하면서 위협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인스타그램도 쓰고 틱톡도 쓰는 멀티호밍이 나타난 탓이다. 만약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현재 소셜미디어 시장의 구도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차량 공유, 여행 예약, 음식 배달, 온라인 쇼핑, 콘텐츠 등도 멀티호밍으로 인해 각축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시장이다. 우버는 상장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적자를 내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면 금방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빗나간 셈이다. 쿠팡 역시 멀티호밍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적자 탈출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멀티호밍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보적인 기술력 또는 편의성을 갖고 있거나 △멀티호밍 비용이 크거나 △틈새 시장이 작거나 △시장 진입이 어려워야 한다. 독보적인 검색 기술을 갖고 있는 구글이 한 예다. 애플 스마트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같이 쓰는 건 물리적으로나 가격 면에서 멀티호밍 비용이 큰 경우로 볼 수 있다. 틈새 시장은 소셜미디어 시장 내에서도 페이스북, 스냅, 틱톡, 인스타그램처럼 조금씩 성격이 다른 영역이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플랫폼이라고 해도 다같은 플랫폼이 아니다. 이는 IPO 투자자와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모두 시사점을 준다. IPO 투자자는 플랫폼 기업이라도 얼마나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지, 멀티호밍은 얼마나 작용하는지 확인해 투자해야 한다. CFO는 플랫폼 기업이라도 승자 독식이 쉽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건 좋지만 장기전을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필요하다면 선제적인 인수합병(M&A)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