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초반의 남성인 A씨는 ‘신문물’을 기피한다. 스마트폰을 쓰지만 카메라와 카카오톡 정도를 쓸 뿐이다. 이랬던 A씨가 바뀐 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음식점에 갈 때마다 카카오톡의 ‘#’ 버튼을 눌러 QR코드를 찍다 보니 ‘카톡’의 또 다른 세상을 알게 됐다. 특히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선물하기’가 그를 바꿔 놓았다. A씨는 요즘 툭하면 가족들에게 커피 쿠폰을 선물하고 있다. 얼마 전엔 딸에게 샤넬 손지갑도 선물했다.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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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모바일 선물 시장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이른바 ‘실버 클릭’이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반강제적으로 ‘칩거 모드’에 들어가면서 온라인 쇼핑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

카카오커머스가 운영하는 ‘선물하기’는 ‘실버 클릭’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다. 비대면 추석이 절정이었다. 이동이 제한되자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급증했다. 올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선물하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카카오 계열의 전체 전자상거래 금액도 68% 증가했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올해 비대면을 강조한 추석 명절 효과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50대 이상 신규 연령대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물하기’ 서비스는 2010년 12월에 처음 시작됐다. 카카오그룹 전자상거래(e커머스)의 첫 시작이었다. 당시 카카오 경영진은 대화 중심의 플랫폼에 쇼핑 등 다른 유형의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카카오톡 회원들이 저마다 카톡 친구로 인맥을 관리한다는 점에 착안해 ‘선물하기’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카카오톡만이 구현할 수 있는 쇼핑 유형이기도 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금융 기능이 탑재되면서 ‘선물하기’ 서비스는 날개를 달았다. 지난 24일 현재 ‘선물하기’를 톡 친구로 등록한 회원 수는 2000만 명을 넘었다.

e커머스 강화하는 카카오그룹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위력은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입점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3일엔 몽블랑이 공식 입점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명품 선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작년부터다. 2019년 8월 명품 화장품 테마를 신설한 데 이어 올 2월엔 지갑, 핸드백, 주얼리 영역을 추가하는 등 상품군을 크게 확대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카카오톡 입점 ‘러시’는 모바일 선물이라는 서비스가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은 덕분이다. 식음료 교환권 위주의 선물에서 점차 가격대가 있는 상품을 선물로 전달하는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명품 패션·잡화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장년층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명품 브랜드 입점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카카오커머스는 ‘선물하기’ 홈 화면 전면에 ‘생일’ 테마에 이어 ‘명품선물’과 ‘스몰 럭셔리’ 코너를 배치했다.

카카오커머스는 앞으로도 명품 브랜드 입점을 통해 명품 브랜드를 모바일로 구매하고 선물하는 경험을 빠르게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명품 브랜드 입점 수는 11월 초 기준 100개로, 작년에 비해 32% 증가했다. 명품 브랜드로서도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마케팅 공간으로서 매력적인 입점처다. 카카오쇼핑 회원 수만 3500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커머스의 모회사인 카카오가 최근 렌털 등 구독경제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e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톡 ‘#의 세상’과 ‘…의 세계’가 더 풍성해질수록 카카오커머스 서비스도 덩달아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