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23일부터 고액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줄인다. 금융당국의 규제 예고 시점(오는 30일)보다 1주일가량 빠르다. 일부에서는 고소득·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과열된 고액 신용대출에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액 신용대출 23일부터 옥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3일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어서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모든 신용대출의 한도도 연소득 200% 내로 줄어든다.

우리은행도 이번주 관련 전산 시스템 개발이 마무리되는 대로 1억원 초과 신용대출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농협은행도 대출 한도와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신용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지난 13일 당국의 DSR 40% 규제 발표 이후 신용대출이 크게 늘면서 은행이 발 빠른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규제 발표 1주일 만에 1조5301억원 불어났다. 하루 동안 개설된 신규 마이너스 통장도 12일 1931개에서 18일 4082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일각에선 고소득자 대출에 부실이 감지되지 않았는데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을 잘 관리한 사람이 오히려 역차별받는 구조가 의아하다”며 “은행은 고신용자에게 대출을 많이 내줌으로써 건전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소득층의 늘어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으로 얼마나 흘러갔는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선제적 관리’라고 강조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고액 신용대출이 거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며 “무리한 대출로 고액 연봉자도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