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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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265억달러를 웃돌며 다섯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외환보유액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앞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등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외화시장 안전판을 쌓기 위한 외화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과 한·미 통화스와프 실효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10월 말 외환보유액이 4265억1000만달러로 전달 대비 59억6000만달러 늘었다고 4일 발표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 기록은 6월부터 다섯 달 연속 갈아치웠다. 미 국채를 비롯한 외화자산 운용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유로, 엔, 파운드 등 비(非)달러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불어난 영향도 작용했다. 유로화와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출한 미 달러화 지수는 지난달 말 93.95로, 9월 말에 비해 0.4% 내렸다.

자산별로 보면 국채와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45억7000만달러 증가한 3836억6000만달러였다. 은행에 두는 예치금은 13억6000만달러 늘어난 305억1000만달러다. 금은 47억9000만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9월 말 기준(4205억달러)으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중국(3조1426억달러) 일본(1조3898억달러), 스위스(1조153억달러) 등이 1∼3위를 이어갔다.

최근 미국 달러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데다 미국 대선 뒤에도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든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모두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 것이고 그만큼 시장에 달러 공급 등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도 지난달 기고문에서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는 여파 등으로 내년 말까지 달러 가치가 35%가량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달러 약세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내림세(원화 가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빠르게 내려간 지난주(10월26~30일)에 외환당국이 달러를 사들이는 개입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내림세를 이거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은 만큼 외평채 발행과 한미 통화스와프 재연장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연내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 계획은 없지만 앞으로도 신중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화표시 외평채는 통상 원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조달하는 수단이다. 지난 9월에 기획재정부는 10년 만기 달러화 외평채 6억2500만달러어치와 5년 만기 유로화 외평채 7억유로를 모두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했다. 최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환율도 내려가고 있는 만큼 외평채를 발행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연간 외평채 이자비용만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굳이 더 발행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외평채는 통상 미 국채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은 수준에 발행한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 상당액을 미 국채로 운용하는 만큼 역마진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비용이 상당한 만큼 앞으로 외평채 발행은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통화스와프 무용론도 나온다.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설 만큼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만큼 달러 조달수단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이어갈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미국 중앙은행(Fed)가 올해 3월 30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은 9월 30일 만료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장해 계약 기간이 내년 3월 31일까지 미뤄졌다. 하지만 비용이 크지 않고 금융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없는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 연장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