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개정 임대차보호법 후폭풍으로 ‘전세난민’ 신세가 된 데 이어 경기 의왕 아파트 매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과 의왕 아파트를 갖고 있던 홍 부총리는 공직자 다주택 보유 논란 이후 의왕 아파트를 처분하기로 한 바 있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 8월 초 본인 소유 경기 의왕 내손동 아파트(전용면적 97.1㎡) 매매 계약을 맺었다. 매매가는 9억2000만원이다. 하지만 새 집주인은 두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잔금 납부와 등기 이전을 마치지 못했다. 계약 당시 임차계약을 종료하고 이사하기로 했던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주장해서다.

내년 1월 전세 계약이 끝나는 이 세입자는 주변으로 이사를 계획했다가 최근 전셋값 급등 등으로 옮겨갈 집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31일부터 시행 중인 개정 임대차보호법은 계약기간 종료 6개월 전까지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매 계약 중이어도 상관없다. 또 이 법에 따르면 새 집주인이 집을 산 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전세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한다.

인근 부동산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새 집주인이 기존에 살던 전셋집의 보증금을 빼줘야 하는 데다 주택담보대출로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통보하면서 계약이 답보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인근 부동산마다 이런 사례가 최소 한 건씩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 계약이 깨지면 홍 부총리가 수천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는 거주 중인 서울 마포구 염리동 전셋집도 임대차보호법 여파로 비워줘야 하는 처지다. 내년 1월 전세 계약 만료 넉 달을 앞두고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작년 1월 계약 당시 6억3000만원이었던 시세는 현재 8억~9억원으로 뛰었다. 그나마도 매물이 씨가 마른 상태다.

홍 부총리는 서울과 세종을 자주 오가는 부총리 업무 특성상 서울역과 국회, 광화문 등이 멀지 않은 거처가 필요해 새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