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금호석유화학은 1970년 설립됐다. 이후 합성고무 분야 국내 1위로 올라섰다.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이 품질력을 갖춘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를 사용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창립 50년이 된 금호석유화학은 더 이상 타이어 합성고무 전문기업이 아니다. 위생장갑 소재로 쓰이는 NB라텍스는 새로운 주축 사업이 됐다. 가전, 자동차 소재로 쓰이는 합성수지 매출도 늘고 있다. 여기에 탄소나노튜브, 2차전지 소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엔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대표가 있다. 1979년 금호석유화학 경리부로 입사한 그는 이후 41년간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문 대표는 “기본에 충실했던 것이 지난 50년간 굳건히 회사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그동안 쌓아온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향후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 찾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요즘 회사 상황은 어떻습니까.

“석유화학기업들도 코로나19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사업이 타이어에 쓰이는 합성고무인데, 이 사업이 올 상반기 무척 힘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자동차가 많이 안 팔렸고 이동량이 크게 감소한 영향입니다. 하지만 잘된 사업도 있었습니다. NB라텍스 제품은 매출, 이익이 모두 좋았습니다. 의료용 장갑 등의 용도로 쓰이는 소재인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수요가 크게 증가한 영향입니다. 이 덕분에 회사 전체 실적은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좋은 것 같습니다.”

▷NB라텍스 사업이 효자가 됐습니다.

“사업 전환 타이밍을 잘 잡았습니다. 타이어용 합성고무는 생산하는 회사가 많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새로운 사업이 필요했습니다. 타이어용 합성고무 생산설비 일부를 NB라텍스 용도로 바꾼 것은 3년가량 됐습니다. NB라텍스는 수요가 계속 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람들의 위생 개념이 크게 높아진 영향입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NB라텍스를 소재로 한 위생용 장갑 시장은 계속 커질 겁니다.”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지 않을까요.

“NB라텍스 사업이 좀 된다 하니까 다른 기업들이 잇달아 뛰어들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 공장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원래 말레이시아는 천연고무의 최대 산지입니다. 천연 라텍스 제조 인프라가 많습니다. 그런데 천연 라텍스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위생용 장갑 소재로 원래는 천연 라텍스를 많이 썼는데, 요즘 NB라텍스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지난 1~2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냈습니다. 3분기는 어떻습니까.

금호석유화학 "NB라텍스 전환이 신의 한수…합성고무 기반 新사업 또 찾겠다"
“상장사여서 증권사들이 추정치를 내놓고 있는데 시장 눈높이는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4분기입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정기적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고 정비를 하는 기간이 있는데, 4분기에 가동을 멈춰 가동률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타이어용 합성고무 공장은 가동률이 얼마나 됩니까.

“올 상반기에는 공장 설비의 절반도 못 돌렸습니다. 최근 들어선 가동률이 소폭 회복됐습니다. 타이어 업체들이 조금씩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영향입니다. 정밀화학부문이 타이어 노화를 방지하는 첨가제를 생산하는데 이 사업은 아직도 수익성이 좋지 않습니다.”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습니다. 영향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경량 소재 플라스틱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이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타이어도 물성이 바뀌고 있습니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 타이어가 필요로 하는 물성과 일부 다릅니다. 이 때문에 타이어업체들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도 올 들어 시작했습니다.

“아직 대외적으로 말할 수준은 아닙니다. 배터리 기업들과 테스트하는 단계입니다. 향후 가능성을 보고 시작한 것입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업은 어떤 기준으로 찾습니까.

“기업의 새 성장동력을 찾는 것은 경영자에게 늘 주어진 숙제입니다. 계속 찾고 있습니다.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기본 사업입니다. 기본 사업이란 사람들이 변치 않고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자, 음료 등을 제조하는 식품회사와 치약, 샴푸 같은 것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엄청나게 각광받는 사업은 아닐지라도 오래갑니다. 핵심 경쟁력을 확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NB라텍스 사업은 오랜 기간 합성고무를 생산했던 노하우가 있어서 잘 안착시킬 수 있었습니다.”

▷포토 레지스트 사업을 정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소재고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탓에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해서 사업 전망은 밝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은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 기술로 포토 레지스트 사업을 했습니다. 무척 공들인 사업입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후발주자로 빠르게 기술 개발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너무 컸습니다. 이 때문에 SK그룹에 매각했습니다. SK는 SK하이닉스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하니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재무건전성이 좋습니다.

“부채 비율이 70% 수준입니다. 100% 이하면 통상 좋다고 보는데 이 기준으론 나쁘지 않습니다. 매년 이익이 쌓이고 있어 이 추세라면 2년 뒤에 부채 제로가 됩니다. 다만 부채가 없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빚을 지고 투자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이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어서 이해관계가 없진 않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사실상 없습니다. 금호아시아나와 계열 분리를 한 지 10년이나 지났습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아시아나항공을 금호그룹의 뼈대인 것처럼 인식하는 겁니다. 사실 금호는 광주고속에서 시작했고, 타이어와 석유화학이 주축이었습니다. 타이어 사업도 지금은 매각했으니 사실상 석유화학 하나 남았습니다.”

▷기업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는지요.

“석유화학 업종 특성상 기업문화가 다소 보수적입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기 때문에 작업장에서의 근태가 직원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언제든 환경오염과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탓에 조직이 유연하지 못하고 다소 경색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안전, 환경 문제는 철저하게 챙기면서 기업 문화를 다소 유연하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직원의 의견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