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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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와 정책 세미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중앙은행(fed) 선임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미국 통화정책 발표를 듣고 토론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은에 따르면 고승범·임지원·조윤제·서영경·주상영 금통위 위원들은 지난달 24일 오후 한은 남대문로 본관에서 김진일 교수와 함께 비공개 정책 세미나 2~3시간가량 진행했다. 이들 금통위원 다섯명은 세미나 당일 오전에 이주열 총재, 이승헌 부총재와 함께 금통위 정기회의를 진행했고, 오후부터는 정책 세미나로 일정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지난 1996~1998년, 2003~2011년에 Fed 워싱턴 본부의 조사통계국에서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한 미국 통화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2010년부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직후에도 매년 한달가량 미국에 머물며 Fed 본부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세미나에서는 Fed가 도입하기로 결정한 평균물가목표제(Average Inflation Targeting, AIT)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도입 배경·영향 등을 분석했다. Fed가 통화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물가안정보다는 고용안정에 더 무게를 둔 최근 흐름도 짚었다. Fed의 이 같은 정책변화는 물가가 치솟아도 잠시 덮어두고 완화적 양적완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통위원들과 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통화정책 기조를 바꾼 Fed의 속내에 대해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통화정책에 접목할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금통위원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했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비공개 세미나였다”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이 외부 인사와 진행한 정책 세미나는 올들어 처음 열린 행사다. 코로나19 사태로 올들어 금통위원들은 기자간담회는 물론 산업계 현장방문, 정책 간담회 등을 모두 취소했다. 외부와의 소통창구가 막히면서 통화정책이 다양한 의견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금통위원들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외부 전문가들과의 접촉을 늘릴 계획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