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로 '삼성 합병·승계 의혹'을 일단락지은 검찰이 남은 피의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로 '삼성 합병·승계 의혹'을 일단락지은 검찰이 남은 피의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삼성 합병·승계 의혹'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회계법인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일 딜로이트안진(이하 안진)이 삼성 측의 요구에 따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비율 검토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결론지었다. 안진이 당시 주가 기준 합병 비율(모직:물산=1:0.35)이 적정하다는 결론을 미리 내고, 이에 맞춰 보고서의 내용을 조작했다고 본 것이다.

안진이 제일모직에 유리한 정보는 과다 계상하고, 삼성물산에 유리한 정보는 고의로 누락시키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신수종 사업을 3조원으로 높게 평가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또 개발제한 구역이 포함된 제일모직 소유 토지는 추정 실거래가를 적용해 가치를 높게 측정했다고 봤다.

반면 검찰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1조3000억원 상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장부에서 제외했다고 판단했다. 재무제표에 약 1조원으로 계상된 광업권은 영업 가치에서 누락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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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삼정KPMG(삼정)는 '분식회계' 부분과 연관이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 계약을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설립했다. 당시 계약에는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로부터 에피스 지분을 50% - 1주까지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과 52%로 가중된 주주총회 의결요건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는 처음부터 에피스에 대한 지배권을 가진 적이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회계처리 역시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돼야 했다는 게 검찰 측의 결론이다.

삼정은 합병 결의 이후인 2015년 9월에야 콜옵션이 그동안 회계처리에서 누락돼왔다는 사실을 삼성에 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삼정은 콜옵션을 부채로 판단, 삼성바이오의 재무제표를 2012년까지 모두 소급해 수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삼성 측에 전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삼성 간부 1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다만 회계법인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간부들의 지시를 받고 실제 불법행위를 실행한 삼성 실무진들 역시 1차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