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15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불분명하고 자원배분 비효율로 경제손실이 2260억원에 이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게 계기였다. 지역화폐 도입에 앞장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발끈하고 나섰고, 경기연구원도 조세연구원을 비판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이 지사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하지만 조세연을 비롯한 국책연구기관들과 경제학계는 분석에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연구진을 공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지역화폐와 관련된 쟁점을 살펴봤다.
조세硏 공격 이재명에…주진형 "보고서 억지 아냐, 李지사 그릇 작다"

경제효과 있나

지역화폐와 관련된 분석이나 주장 중 가장 엇갈리는 것이 경제 효과 여부다. 이 지사가 즐겨 인용하는 한국행정연구원, 지방행정연구원 등의 보고서는 “확실히 있다”고 했다. 작년 지방행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지역화폐의 생산유발액은 3조212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조세연은 이런 연구가 지역화폐와 현금 등 사이의 ‘대체 효과’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 달 평균 100만원을 소비하는 가구가 50만원 지역화폐를 구입하면 소비액이 150만원으로 증가한다는 가정이 비현실적이란 비판이다. 지역화폐를 쓰는 만큼 현금으로 쓰는 금액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대체 효과를 감안하면 지역화폐로 인해 소상공인 매출이 되레 0.5~6.9% 감소한다는 게 조세연 분석 결과다.

지역화폐가 국가 경제 전체에 이익이냐는 점도 논란거리다. 조세연은 지역화폐가 ‘제로섬(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 보는 상태)’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화폐 가맹 계약을 맺은 점포와 화폐 발행량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이익을 보지만, 그렇지 않은 점포와 지역엔 손해여서 경제 전체로는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값이 비싼 동네마트 등으로 사용이 제약되는 점 등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를 고려하면 지역화폐는 역효과만 크다는 게 조세연의 결론이다.

2년 전 데이터로 분석해도 괜찮나

조세연의 보고서가 2010~2018년의 데이터로 분석됐다는 점도 쟁점이 되고 있다. 이 지사와 경기연구원 등은 “지역화폐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 2019년 2분기”라며 “그 전 데이터로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세연은 “사용 가능한 최신 데이터를 이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세연이 활용한 자료는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다. 전국에 있는 모든 사업체를 조사한 것으로 매년 12월에 전년도 데이터가 확정된다. 김유찬 원장은 “이런 전수조사는 결과가 나오는 데 2년 정도 시차가 있다”며 “연구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료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면 연구 계획에 따라 추가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다.

“책임자 문책하라” vs “지나치다”

지역화폐 논쟁이 커진 것은 이 지사가 연구 결과에 대한 비판을 넘어 연구자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조세연에 대해 “얼빠졌다” “책임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까지 하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연구자들이 정책 효과를 두고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논쟁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권력자가 연구자를 비난하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과격한 발언에 야당뿐 아니라 범여권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고서는) 누가 읽어봐도 대단하게 억지스러운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며 “이 지사의 그릇이 작다”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은 “그만한 이야기도 못 하면 이거 완전히 사람들 입을 막고서 살겠다는 얘기”라고도 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이런 분(이 지사)이 더 큰 권력을 쥐게 되면 한국판 분서갱유 사태가 생길 듯하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강진규/서민준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