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생산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위챗의 사용을 금지하면 애플의 차기 스마트폰 아이폰12의 판매량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위챗 리스크'가 더 걱정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위챗 사용을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20일(현지시간)부터 시행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해 특정 모바일 앱에서 제기된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며 위챗 사용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재까지 행정명령의 적용 지역과 이행 규칙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아이폰 중국 출시 모델에서 위챗을 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음달께 출시가 유력한 애플의 차기 스마트폰 아이폰12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가 지난달 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80만 명 중 90%가 넘는 75만 명이 “아이폰에서 위챗을 못 쓰게 되면 다른 스마트폰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애플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로 추정된다.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연 3000만 대 수준이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세계 애플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삭제되면 애플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25~3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폰12용 OLED 패널을 애플에 공급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5000만~5200만 대, LG디스플레이는 1800만~2000만 대의 아이폰12용 OLED 패널을 애플에 공급할 계획이다. 위챗 사용 중단 후폭풍으로 중국에서 아이폰12 판매가 부진하면 애플의 패널 주문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애플 전용 라인을 가동 중인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적지 않은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같이 손실보전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OLED 패널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복수 납품처’ 전략을 실행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서 보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손실의 100%를 만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