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국내 정유업체 중 처음으로 출장세차 등 프리미엄 세차시장에 진출한다. 전국 2500여 개에 달하는 주유소를 기반으로 영세 세차업체와 협력해 세차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2030세대의 신차 구매가 늘고 있는 데다 고급 세차를 원하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세차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 수령해 세차 후 반납까지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올 연말까지 세차 전문 스타트업인 팀와이퍼와 제휴해 연내 서울의 주유소 다섯 곳에 출장세차 서비스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출장세차는 고객 차량을 받아 세차한 뒤 다시 고객에게 반납하는 방식이다. 대기업이 밀집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있는 주유소에서 시범 시행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올 연말까지 전국 대도시의 2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고급 손세차 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 정유업체 중 전사적으로 세차시장에 진출하는 건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주유소를 사업 인프라로 활용해 세차뿐만 아니라 차량 점검까지 대행하는 비대면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세차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통상 영세업체들이 개별 주유소와의 계약을 통해 주유소 인근에서 세차를 한다. 세차는 진행 방식에 따라 △손세차 △출장세차 △기계식세차 △셀프세차로 구분된다. 이 중 손세차와 출장세차 등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프리미엄 세차시장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현대오일뱅크의 계획이다. 전국에 보유한 2500여 개 주유소를 프리미엄 세차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계약을 맺은 영세업체들이 이 주유소에서 세차를 맡는 방식이다.
에쓰오일과 GS칼텍스, SK에너지 등 다른 정유업체들도 주유소를 활용한 세차시장 서비스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주유소 사업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는 전국 대부분 도시에 집중 분포돼 있는 데다 공간도 충분하다”며 “프리미엄 세차서비스 등 새 사업을 추진하는 데 안성맞춤의 장소”라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불붙인 세차 시장 경쟁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 세차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본격적인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출장세차 등 비대면 프리미엄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차용품 시장 규모도 대폭 커질 수 있다.
최근 2030 젊은 세대의 신차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20~30대 소비자가 구매한 차량은 18만6431대다. 201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다가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업계에선 2030세대의 신차 구매가 셀프세차 시장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30세대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셀프세차를 이용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유업체들도 주유소 내에 맞춤형 셀프세차 공간을 갖추는 등 관련 서비스 출시를 적극 검토 중이다.
다만 대기업이 세차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영세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주유소 브랜드를 활용하면 영세업체들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며 “대기업과 영세업체 간 상생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국내 정유사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제마진 회복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정유 ‘빅4’ 가운데 하나인 에쓰오일은 0.98% 하락한 6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3.93%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2.18% 반등했지만, 전날 낙폭(6.69%)을 만회하진 못했다.완만하게 회복하던 정유사 정제마진이 다시 줄면서 빚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매도를 부추겼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인 아거스미디어에 따르면 싱가포르 항공유 정제마진은 전날 -0.60달러를 기록해 5월 29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각지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아진 영향이다.그동안 막대한 시설 투자와 높은 배당률 등으로 대규모 차입을 이어온 국내 정유사들의 신용등급은 코로나19에 따른 손실 확대를 계기로 강등 위기에 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에쓰오일(AA+)과 SK이노베이션(AA+)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두 회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총 차입금은 각각 약 8조원과 15조원이다. 5조원대 차입금을 보유한 현대오일뱅크(AA-) 등급 전망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국내 소비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부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4억4457만 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8% 줄어들었다.GS칼텍스를 포함한 국내 정유 4사는 올 1분기 총 4조3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다. 2분기 영업손실도 7000억원을 웃돌았다.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올 1분기 창사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낸 국내 정유사들이 2분기도 대규모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석유제품의 수요 부진으로 정유사 수익성을 나타내는 정제마진이 여전히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지난 2분기(4~6월) 각각 4000억원대, 1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들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서며 재고 손실이 줄어 1분기보다 적자폭은 줄었겠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탈출하지는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정유 4사의 2분기 영업손실이 총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회사는 1분기에 총 4조4000억원의 적자를 냈다.국제 유가는 지난 4월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수송비 등을 뺀 것)은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4월(-0.8달러)부터 4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월 셋째주 정제마진이 0.1달러로 잠시 반등했지만 2주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이 4~5달러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석유제품을 많이 생산할수록 적자폭이 더 커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정제마진 약세에는 수요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항공유가 대표적이다. 마진이 커 정유사의 ‘효자 상품’으로 불리던 항공유는 정유사 매출의 10~15%를 차지할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 여객 수가 바닥을 기면서 수요가 곤두박질쳤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5월 정유 4사가 국내 항공사에 납품한 항공유는 255만3000배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657만4000배럴)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수요가 줄면서 가격도 하락했다. 팔리지 않고 남은 항공유를 디젤유에 섞어 대형 트럭 등의 연료로 납품하는 정유사도 나오고 있다.정유업계는 코로나19 재확산 여부가 하반기 실적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점차 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봉쇄조치(록다운)로 휘발유·등유 수요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제품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3분기도 적자 탈출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자율주행 무인순찰차량이 24시간 공장을 돌며 화재를 감시한다. 지능형 폐쇄회로TV(CCTV)는 작업자의 이상 행동을 식별해 안전사고를 예방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연내 충남 대산공장에 이 같은 첨단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도입한다고 9일 밝혔다. 무인순찰차량은 유해가스 감지센서, 열화상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통합관제센터에 정보를 신속히 전달해 대형 사고 발생을 막는다.현대오일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