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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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지난 2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라는 충격적인 실적을 발표했다. ‘강철 기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조선산업이 흔들리자 어쩔 수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까지 급등했다. 제아무리 포스코라도 한동안 암흑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나왔다.

하지만 포스코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더 큰 위기 때도 꿋꿋하게 흑자를 내며 버텨온 기업이다. 국민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마다 묵묵히 쇳물을 뽑아내며 한국 제조업의 부활을 이끌었다. 경제계는 이번에도 포스코가 권토중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2차전지 소재, 에너지, 물류 등으로 다각화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철강사업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에 집중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고부가가치 ‘WTP’ 철강 제품 마케팅 강화

포스코는 첫 적자를 낸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 -1.8%를 기록했다. 뼈아픈 마이너스였지만 글로벌 경쟁사인 아르셀로미탈(-3.7%), 일본제철(-2.5%)보다는 선방한 편이었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8.5%로 아르셀로미탈(2.3%)과 일본제철(1.2%), US스틸(0.4%)을 압도했다. 국내 다른 철강사들보다 3~4배 높았다.

포스코의 높은 수익률은 초고강도 강판(기가스틸), 고망간강 등 고부가가치 월드톱프리미엄(WTP) 철강 제품에서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2010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15~20%에 이르는 WTP 제품 비중을 늘려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이다. 가로 10㎝, 세로 15㎝의 손바닥 크기 기가스틸에 1t가량의 준중형차 1500대를 올려놓아도 견딜 수 있다. 차체 무게를 줄이면서 강도를 유지해야 하는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고도의 설비 효율화도 포스코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철강산업은 반도체와 함께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꼽힌다. 보다 효율적으로 높은 품질의 제품을 일관성 있게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스코는 꾸준한 혁신으로 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세계적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 조사에서 10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올랐다.

인공지능 용광로로 효율성 더 높여

포스코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철강업체로는 세계 최초로 생산공정 과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효율성을 더욱 높였다. 포항 2고로를 시작으로 포항 3고로까지 스마트화를 적용했으며 지난 7월 개수를 마친 광양 3고로에 AI 기술을 도입해 조업과 품질 안정성을 개선했다. 포스코는 스마트공장 구축 성과에 힘입어 2019년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선도할 ‘등대공장’으로 선정됐다. 올해는 물류통합운영 법인을 설립,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물류 기능을 모아 효율성을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탄탄한 재무 상황도 강철 기업의 실적을 뒷받침한다. 포스코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작년 말 3조5149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8710억원 늘었다.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통해 마련한 재원은 성장을 위한 설비 투자에 돌렸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BB+, 안정적’으로 유지, 경쟁사인 일본제철보다 높이 평가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시황만 회복되면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반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위기 극복

포스코는 철강 외 사업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안이다. 코로나19 영향을 차치하더라도 철강만 고집해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포스코 전체 연결 기준 영업이익에서 철강 사업(별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었다. 하지만 작년 2분기 66%까지 낮아졌고 올해는 30%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철강에서만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란 얘기다.

포스코그룹에서 최근 가장 탄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과거 대우인터내셔널 시절 무역업에 주력한 회사였지만 2010년 포스코그룹에 인수된 이후 사업 다각화로 수익성을 개선했다. 미얀마 가스전이 ‘캐시카우’다. 작년 미얀마 가스전 두 곳에서 연간 최대 물량인 2162억㎥의 가스를 판매했다. 지난 2월 새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면서 실적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분기 영업이익 1344억원의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올해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을 본격 가동하며 식량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양대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시장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공격적인 투자로 2분기 영업이익은 160억원에 그쳤지만 수년 내 포스코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에는 LG화학과 1조8533억원 규모의 양극재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소재 사업을 세계 시장 점유율 20%, 연매출 22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포스코에너지는 올해 4월 포스코에서 인수한 광양 액화천연가스(LNG)터미널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섰다. LNG터미널을 활용한 탱크 임대와 함께 연계 사업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터미널 증설 등 국내외 가스 인프라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올해 하반기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책과 자동차 공장 가동률 회복에 따라 세계 철강 시황도 동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실장은 “철강 가격이 지난 4월 저점을 형성한 뒤 6월부터 꾸준히 반등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부양과 철강 수요 회복이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