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과 녹색 에너지 전환 등을 위해 정부가 그린뉴딜을 추진 중이지만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 중 하나인 농축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딜(Green Deal)’이라는 이름으로 환경 분야에 대대적 투자를 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이런 점을 고려해 농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그린뉴딜 한다며…"온실가스 주요 배출원 농업 대책은 빠져"
24일 녹색기술센터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녹색 및 디지털 전환 투자를 위해 1503조원 규모의 장기재정계획(2021~2027년) 예산을 확정하면서 이 중 30%를 기후보호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EU는 지난해 말 시작한 그린딜 사업에 이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EU는 그린딜의 사업 분야로 기후, 에너지, 산업, 건물, 수송, 농업, 생물다양성, 환경 등 여덟 가지를 선정하고 분야별로 기후 중립과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그린뉴딜도 그린딜의 8개 사업 분야를 대체로 포함하고 있다. 가령 그린뉴딜의 ‘그린 리모델링 사업’은 그린딜의 건물 분야 사업과 비슷하다. 또 △수소차 등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확산은 수송 분야에 △스마트 그린 산단 사업은 산업 분야에 △신재생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분야 등에 대응된다.

하지만 그린뉴딜에서 농업 및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그린딜과 크게 차이 난다.

EU가 농업을 주요 사업 분야로 포함한 것은 농축산업이 기후변화와 깊은 영향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EU에서 농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EU를 기준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가 농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U는 그린딜을 추진하면서 ‘탄소 농법’을 늘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했다.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가축 부산물과 분뇨를 원료 삼아 비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농업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데다 지역 발전, 건강 정책 등 다양한 분야와 얽혀 있다는 점도 그린딜의 주요 사업으로 포함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정부는 EU처럼 종합적인 고려를 사실상 하지 못한 채 그린뉴딜 정책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의 2017년 기준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40만t(이산화탄소 환산 기준)이다. 총 배출량 7억910만t의 약 3%에 해당한다. EU보다 비중은 작지만 그린뉴딜 정책에서 아예 배제할 정도로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형식 녹색기술센터 연구원은 '유럽그린딜과 농업부문 전략' 보고서에서 “EU가 농업을 통한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국내 그린뉴딜 계획은 농업과 관련된 지속가능성 전략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추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