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보유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완전 자회사로만 둘 수 있는 등 설립과 운용에 제한이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전 세계 벤처캐피탈 투자에서 CVC가 차지하는 비중(투자건수 기준)은 2014년 19%에서 2019년 25%로 5년 간 6%포인트 증가했다. CVC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CVC 투자를 받으면 벤처기업은 대기업에게 경영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 등을 지원받을 수 있고, 대기업은 벤처기업과의 협업으로 혁신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CVC인 미국의 구글벤처스는 현재 45억 달러(5.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벤처에 투자하고있다. 구글벤처스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벤처기업 25개를 주식시장에 공개(IPO)했고, 약 125개사의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에는 구글이 직접 인수한 벤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금산분리 규제로 이 같은 사례가 전무했다. 앞으로 일반지주회사의 CVC보유가 허용돼도 구글벤처스와 같은 사례가 나오긴 힘들다는 것이 전경련의 관측이다. 국내에서는 CVC를 완전 자회사로만 둬야하고, 외부 자금을 활용할 수도 없어 해외 CVC와 경쟁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해외 업체들은 CVC를 손자회사로 두는 경우가 많다. 성격이 다른 CVC를 여러개 거느리기 위해서다. 자회사 중 하나가 'CVC 지주회사'의 역할을 맡고 그 아래 여러개의 CVC를 두는 식이다. 일본 벤처 투자계의 큰손 중 하나로 꼽히는 미쓰비시UFJ캐피탈도 미쓰비스의 손자 회사다.

중국에는 CVC에 공공기금까지 투입하고 있다. 레전드홀딩스의 자회사인 레전드캐피탈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CVC는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 시안 샨구파워 등 외부자금으로 펀드를 구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레전드캐피탈의 펀드 운용 규모 76억 달러(9조원)였는데 이 중 레전드홀딩스 계열사들이 투입한 자금으 26.6% 뿐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CVC와 펀드에 정형화된 구조 없이 기업이 각자의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구조를 선택하고 있다”며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선 외국처럼 CVC 설립과 운용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