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페이, 해외서도 결제 가능해진다
삼성전자가 삼성카드와 손잡고 ‘삼성페이 해외결제서비스’를 내놓는다. 국내 신용카드로 삼성페이를 통해 해외 결제를 할 수 있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비스가 가능한 곳은 근접무선통신(NFC) 단말기가 설치된 대부분의 해외 점포다.

삼성페이 해외결제서비스를 삼성카드가 독점하면서 국내 카드업계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카드는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이달 말 삼성페이 해외결제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에서 삼성페이를 쓸 때처럼 휴대폰을 켜고 NFC 단말기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출장과 해외여행 때 지갑이나 현금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도난사고를 당할 위험도 줄어든다.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러시아 호주 등 NFC 단말기가 설치된 대부분 지역에서 삼성페이 해외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 카드결제 기기 10대 중 7대는 NFC 단말기다. 이 중 삼성페이 해외결제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곳은 마스터카드용 NFC 단말기와 비자·마스터카드 통합 단말기가 설치된 점포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해외 NFC 단말기는 절대다수가 통합 단말기”라며 “카드 사용이 가능한 가게라면 대부분 삼성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와 마스터카드가 부과하는 삼성페이 해외결제 수수료는 1.2%로 책정됐다. 기존 신용카드와 같다. 삼성페이는 27개국에 진출했지만, 현지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삼성페이, 가맹점수·신용결제 '강점'…해외결제시장 공략

삼성전자와 삼성카드가 삼성페이(사진) 해외결제서비스를 꺼내든 건 핀테크회사들이 삼성페이를 맹추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토스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는 수수료가 저렴한 개인 간 송금서비스(계좌이체 방식)를 주력으로 국내 간편결제시장에서 삼성페이를 따라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카드가 신용결제 기능을 갖춘 해외결제서비스를 내세워 경쟁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페이 해외결제서비스가 핀테크사 해외결제서비스에 비해 우위에 있는 건 가맹점 수다. 네이버페이는 지난해 6월부터 160만 개 가맹점을 확보한 일본에서 QR코드를 활용한 해외결제서비스를 하고 있다. 삼성페이가 활용하는 근접무선통신(NFC) 결제망은 이보다 훨씬 방대하다. 마스터카드 가맹점 수만 5300만 개에 달한다.

미리 충전금을 넣어야 하는 핀테크사들과 달리 신용결제가 가능하다는 것도 삼성페이의 장점이다. 해외 현지에서 계좌에 돈이 없어 난감한 상황에서도 삼성페이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부터 삼성페이 해외결제서비스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십수 년간 고착된 카드업계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카드는 삼성페이에서 독점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 전용카드’를 내놓기로 했다. 삼성페이에서 이 카드를 쓸 때 추가 혜택을 주는 게 핵심이다. 전용카드 사용자는 삼성페이에서 결제내역과 결제예정금액을 조회할 수 있다. 카드 혜택을 받기 위한 사용실적 조회, 분실신고, 재발급 서비스, 해외결제 온·오프 기능도 이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 구체적인 혜택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페이 전용카드를 삼성페이에 등록해 결제하면 다른 카드에 비해 서너 배가량 많은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도 공항에서 삼성페이 앱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삼성페이 전용카드’를 통해 다른 카드를 쓰는 삼성페이 사용자를 대거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삼성페이 가입자 1400만 명 중 실제로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활성사용자 수’는 10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다른 카드사를 이용하는 삼성페이 사용자 상당수가 삼성페이 해외결제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삼성카드로 옮겨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앱 분석회사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삼성페이 사용자 수는 1146만 명으로 토스(795만 명), 카카오뱅크(663만 명)를 크게 앞섰다. 삼성페이 해외결제서비스를 통해 핀테크사의 간편결제 사용자를 끌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