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최고 인기 과일은 수박이다. 무더운 날씨에 차갑게 보관했다가 시원하고 달달하게 먹는 맛에 누구나 좋아한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토종 과일인 수박 대신 오렌지와 체리 등 수입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유례없는 긴 장마로 당도가 떨어진 데다 날씨도 선선했기 때문이다.

17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수입 오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3% 증가했다. 장마가 이어지고 국내 곳곳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기간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입 오렌지는 지난해부터 지난 7월까지 매출이 감소세였는데 이달 들어 반등했다”며 “소비자들이 장마 영향을 받지 않은 수입 과일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수입 망고와 체리 매출도 각각 39.4%, 33.1% 늘었다. 코코넛과 라임, 용과 등 수입 특수과일 매출도 24.7%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수입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이색 열대과일 인기가 특히 많았다. 이달 1~13일 망고스틴·리치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2.3% 늘었다. 망고스틴은 태국산, 리치는 중국산 열대과일이다. 역시 열대과일인 용과·두리안 매출은 같은 기간 71.5% 증가했다. 오렌지 매출은 같은 기간 43.3% 늘었다.

반면 국산 여름 과일인 수박과 복숭아 매출은 줄었다. 이마트에서 같은 기간 수박과 복숭아 매출은 각각 20%, 10% 감소했다. 장마가 길어지고 수해 소식이 들리자 소비자들이 국산 과일의 품질이 평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산 과일 농가들은 기후의 영향을 덜 받는 강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마로 무더위 대신 선선한 날씨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박과 참외 등 여름 제철 과일을 시원한 맛으로 먹던 사람이 줄어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