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17 연체율이 '영업 비밀'?…서민 아픔 감춘 서민금융진흥원
지난 13일 서민금융진흥원에 문의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으로 햇살론17에서 돈을 빌린 사람 가운데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연체율),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신 물어준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대위변제율)가 질문의 요지였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영업비밀’이라고 했다. 왜 공개하지 않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속시원한 답을 듣진 못했다.

햇살론17은 대부업체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신용도가 떨어진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은행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이다. 연 17.9%의 금리로 최대 1400만원까지 융통할 수 있다. 햇살론17의 연체율과 대위변제율이 중요한 이유는 저신용자들의 금융 형편이 얼마나 악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을 일일이 설득해 대략적인 연체율을 알아낼 수 있었다. 상황은 심각했다. 올해 초 2% 정도였던 연체율이 최대 12%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워진 경제가 가난한 사람들부터 매섭게 흔들어대고 있다는 증거였다. 정부의 코로나 금융 지원 대책에 따라 연체금만 갚으면 6개월 동안 원리금 상환을 미룰 수 있지만 수십만원을 마련하기도 버거워 손을 들어버렸다.

서민금융진흥원은 햇살론17의 부실을 숨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리 드러내야 했다. 정부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해야 했다. 하지만 다른 길을 택했다.

연체율 관리 책임을 지게 될까봐 겁이 났던 걸까. 연체율 상승은 서민금융진흥원 탓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워진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필요한 곳에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면 그건 확실히 서민금융진흥원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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