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6월 통화·유동성' 발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증가폭
금리 인하로 가계·기업 대출 증가

넘치는 돈 자산시장으로 몰려
"통화량 증가 속도조절 필요"
시중 유동성이 두 달 연속 지난해 대비 10% 가량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양의 돈이 자산 시장으로 몰려 집값과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가계 및 비영리재단' 부문 유동성은 17조원 가량 늘어 사상 최대인 1564조원에 달하게 됐다. 인구 수로 나누면 처음으로 3000만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가계 1인당 현금성 자산 3000만원 돌파…집값 오를 수 밖에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6월 광의 통화량(M2)은 3077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3조2000억원 늘었다. M2 증가폭은 5월(35조3000억원)보다는 작지만, 작년 월평균 증가액(17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9.9% 늘어 5월 증가율과 같았다. 2009년 10월(10.5%) 이후 약 11년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M2는 현금, 수시입출식·요구불 예금과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다. 양도성예금증서(CD),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등이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이다.

유동성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 2월 29조원, 3월 28조원, 4월 34조원, 5월 35조원 증가했다. 작년 월평균 증가액(17조6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이 늘어 통화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지난 3월 이후 기준금리를 대폭 내린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금난에 빠진 가계·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이 확대된 영향이다.

3~4월엔 기업 부문 통화량이 많이 늘었다. 3월에만 33조원, 4월에만 22조원 증가했다. 이 기간 기업의 자금 경색이 심해져 대출 지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업 자금난이 완화된 5~6월엔 가계 부문이 통화량 증가를 이끌었다. 가계(비영리단체 포함) 부문 통화량은 5월 15조원, 6월 16조원 늘어 같은 시기 기업 부문 증가폭인 14조원과 9조원을 웃돌았다.

상품별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이 14조4000억원, 요구불예금이 6조2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반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4조8000억원 감소했다.

넘치는 돈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말 27조원이던 투자자예탁금은 올 7월말 48조원으로 80% 가까이 늘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한 대기 자금을 말한다. 올 2분기 주택 거래량은 29만560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4.9% 급증했다. 최근 주가와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는 이유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이 심각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건 불가피하지만 통화량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게 문제”라며 “지금 같은 속도가 계속 이어지다간 자칫 시장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제는 부실화 우려가 큰 기업 등에는 유동성 공급을 자제하는 식으로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14% 올랐다. 계절적 비수기와 장마 등의 영향으로 전주(0.17%)보다는 오름폭이 소폭 줄었지만, 상승세는 59주 연속 이어지는 중이다. 전국 전셋값은 0.17% 올랐고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0.18%, 0.17%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0.02% 올랐다. 10주 연속 상승했지만 전주(0.04%)보다 오름폭은 줄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7·10 대책 관련 부동산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4일 공급대책까지 발표되면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시장이 안정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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