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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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구직급여) 반복 수급자 10명 중 4명가량은 정부 공공일자리에 참여한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일자리 등에서 일하다가 일자리가 없어지면 이를 사유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고용보험은 실직자의 생계 보장과 구직활동 지원이 원래 취지인데 공공일자리로 정부 돈을 받은 사람까지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업종·연령대별 실업급여 반복 수급 현황’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실업급여 수급자 중 직전 3년간 3회 이상 반복 수급자는 2만4884명이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이 9406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업종별로는 대표적 재정일자리인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업’이 8115명으로 다른 업종을 압도했다. 매년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챙기는 사람의 약 40%가 60세 이상 또는 재정일자리 참여자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보험의 취지는 더 많은 사람이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재정일자리같이 특정 사업이나 특정 연령대에 혜택이 집중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노년층, 정부 '월급'에 실업급여까지 받아
원래 취지 벗어난 고용보험

실업급여 반복 수급 부추기는 '세금 일자리'
실업급여는 정부가 평상시에 근로자와 회사로부터 거둬놓은 보험료(고용보험기금)에서 실직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생활안정 및 구직활동 지원금이다. 실직 전 6개월(유급 주휴일 포함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했다면 계약해지, 권고사직 등 근로자가 원치 않는 실직을 한 경우 받을 수 있다. 지급기간은 최소 4개월(120일), 최장 9개월(270일)이다. 지급액은 하루 최소 6만120원이다.

악화되는 청년 취업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17년 119만6397명에서 2018년 131만5030명, 2019년 144만3434명, 올 들어서는 6월까지만 112만4642명이 실업급여를 받았다.

실업급여 지출액은 경기에 직접 연동되지만 문제는 실업과 취업을 오가며 반복적으로 실업급여를 챙기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직전 3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수령한 사람은 올해 상반기에만 2만4884명이었다. 지난해 전체를 통틀어 3회 이상 수급자(3만6315명)의 69% 수준이다. 3회 이상 반복 수급자는 2017년 3만3262명, 2018년 3만4516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실업급여 반복 수급 급증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충격도 있지만 일해서 버는 돈보다 많은 실업급여 지급액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며 지급기간과 액수를 늘렸다.

이렇다 보니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했고,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고용보험기금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까지 나오는 것은 정부의 방만한 기금 운용과 허술한 제도 탓이 크다. 지난해 정부가 만든 직접일자리 참여자는 총 143만3000명이었다. 이 중 60세 이상이 96만3000명으로 67%였다. 직접일자리 참여자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26만1000명,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12만8000명(49%)이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실업급여 3회 이상 수급자 3만6315명 중 60세 이상이 1만3833명(38%)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6월까지 직전 3년간 3회 이상 수급자(2만4884명) 중 60세 이상이 9406명(38%)이었다. 반면 29세 이하 실직자의 경우, 3회 이상 수급자는 1020명으로 60세 이상의 9분의 1에 불과했다. 30대도 2507명이었다.

업종별 실업급여 반복 수급도 ‘쏠림현상’이 뚜렷하다. 올 들어 6월까지 3회 이상 반복 수급자가 가장 많은 업종은 ‘공공행정’ 분야(8115명)였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마련하는 직접일자리가 대다수인 업종이다. 고용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6월 전체 근로자가 21만4000명 감소하는 와중에 공공행정 분야는 4만9000명이 늘었다. 공공행정 분야 전체 종사자는 80만 명 수준이다. 반면 종사자가 365만 명에 달하는 제조업에서 실업급여 3회 이상 수급자는 1028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이유로 손쉬운 재정일자리를 늘리면서 고용지표 개선에만 골몰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홍석준 미래통합당 의원은 “실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덴마크처럼 구직 노력 의무를 강하게 부여하고 이를 철저히 확인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