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이달 중순까지 서울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실외 배송로봇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고객이 야외 테라스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배송로봇이 주방에서 테이블까지 요리를 갖다주는 서비스다. LG전자는 다음달 호텔 뷔페에서 생맥주를 따르는 로봇을 선보이는 등 호텔 로봇 솔루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스마트폰 등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판매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원가를 낮추고 생산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이다.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ODM을 통해 생산한 스마트폰 비중은 전체의 8~10%(약 3000만 대) 정도로 추정된다. ODM은 제조업체가 개발·생산한 제품에 주문자 상표를 붙이는 것으로 주문자의 설계대로 제품을 만드는 OEM보다 제조업체 의존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의 ODM 제품은 중국 윙택 등이 맡고 있다. LG전자의 ODM 비중은 삼성전자보다 높은 약 50%로 추정된다.두 업체는 중장기적으로 ODM 스마트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절감’ 목적이 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 관여하는 건 ‘낭비’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ODM 등을 통해 중국 업체에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가전 사업에서도 OEM·ODM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저가형 김치냉장고와 의류관리기를 OEM 방식으로 생산 중이다. LG전자 역시 유선청소기 등 저가 모델을 중국 OEM 업체에 맡기고 있다. 이달 초엔 삼성전자가 중국 장쑤성 쑤저우 노트북·PC 생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업계에서 “삼성전자가 노트북 OEM·ODM을 더욱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 3월 갤럭시S20 출시를 준비하며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국내용 제품에 자사 ‘엑시노스 990’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대신 그래픽 구현 성능이 뛰어난 퀄컴 ‘스냅드래곤865’를 채택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국내용 프리미엄 제품에 다른 회사 AP를 채택한 건 갤럭시S5 출시(2014년) 후 6년 만이었다.한국 대기업의 부품 조달 전략이 변하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좀 떨어져도 ‘식구’란 이유로 계열사 제품을 채택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경쟁사 제품이라도 성능이 좋으면 납품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정’보다 ‘실리’를 중시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갤노트20 한·중·미 모델에 퀄컴 AP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갤럭시S20에 이어 지난 5일 공개한 갤럭시노트20에도 미국 퀄컴의 AP를 채택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865+’ AP는 주요 시장인 한국, 미국, 중국에서 판매될 모델에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갤럭시노트 출시 이후 국내 판매 제품에 퀄컴 AP가 적용된 첫 사례다.AP는 데이터 송수신, 연산 등을 담당하는 스마트폰의 핵심 반도체다. 퀄컴은 세계 1위 AP 업체로 세계 3위권인 삼성전자의 경쟁사다. 2016~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퀄컴 조사 땐 삼성전자가 공정위 편을 들면서 ‘긴장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5세대(5G) 이동통신이 보급된 국가엔 데이터 연산과 그래픽 처리 능력이 우세한 스냅드래곤을 장착하는 게 애플, 화웨이 등과의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무선사업부의 ‘실리주의’는 스마트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조달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에 삼성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쓴다. 하지만 차기 스마트폰용 OLED 패널 공급사로는 중국 BOE도 고려하고 있다. BOE는 삼성전자에 삼성디스플레이 제품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다. LG전자, 중국 패널 적극 채용실리를 중시하는 핵심 부품 조달은 TV 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차세대 TV 패널로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QD(퀀텀닷) 디스플레이 대신 QLED, 마이크로LED를 선호하고 있다. QLED·마이크로LED TV는 중국이나 대만 업체에서 패널을 공급받아 내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LG전자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BOE는 최근 LG전자로부터 대형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의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패널도 LG디스플레이 외에 ‘제3의 공급사’ 제품을 쓰고 있다. ‘V60’ ‘벨벳’ 등 주력 스마트폰에 중국 업체의 OLED 패널을 넣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엔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가 롤러블 스마트폰 개발 파트너로 LG디스플레이가 아니라 BOE를 지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리’ 좇는 경향 갈수록 커져외부 조달을 늘리는 1차적인 원인은 ‘가격’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싼값’을 무기로 공세를 펼치는 중국 브랜드에 대응하려면 제조원가를 낮춰야 한다. BOE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제품보다 20~30% 정도 저렴하다. BOE는 납품처 선정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유명한 미국 애플의 테스트를 받으며 품질력을 향상시켰다.물론 가격보다 성능을 따지며 상대적으로 비싼 타사 제품을 쓰는 회사도 적지 않다. 갤럭시S20에 LG화학 배터리를 쓴 삼성전자, 벨벳 폰에 소니 제품 대신 삼성 46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넣은 LG전자가 그렇다.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무역분쟁, 코로나19 등으로 경영 상황이 나빠질수록 ‘실리’를 좇는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코로나19 사태에도 LG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7%가량 올랐다. 삼성전자 포스코에 이어 LG전자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7월 1일부터 LG전자를 261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2조3740억원) 포스코(3546억원)에 이은 3위다. 코로나19에도 LG전자가 견조한 가전 수요를 바탕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에서다.외국인은 7월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약 한 달간 7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수를 유지했다.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실적발표일(7월 30일) 이후 주가는 이달 6일까지 7.07% 올랐다.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LG전자는 2분기에 매출 12조8338억원, 영업이익 495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9%, 영업이익은 24.1%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4011억원을 23.5%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다.세탁기 건조기 등 생활가전(H&A) 부문과 TV 중심의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문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프리미엄급 제품이 꾸준히 팔린 덕이다. LG전자는 경쟁사인 미국 월풀을 제치고 상반기 글로벌 생활가전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부는 2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지만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30% 이상 증가했다.금융투자업계는 하반기까지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높였다. 하나금융투자는 8만3000원에서 1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가장 높게 설정했고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 11개 증권사가 목표주가 상향 행렬에 동참했다.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온라인 판매 비중이 늘어났고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정수기 의류건조기 등 생활가전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촉발된 환경 변화는 하반기 LG전자 실적 개선의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