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목적 수출규제 예외 허용
25년간 '규제국 옹호'는 한번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강화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인지를 판단하는 패널(분쟁처리소위원회)이 지난달 말 WTO 내에 설치됨에 따라 한국이 승소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핵심 쟁점은 일본의 무리한 조치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1조를 벗어났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를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GATT 21조는 필수적 국가안보 보호를 위한 경우에 한해 수출 규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염두에 두고 ‘안보상 조치’라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7일 WTO 홈페이지에 게재된 회의 요약본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29일 WTO에서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품목에 대해 국제적 관행에 따라 수출을 통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GATT 21조는 국제 통상 무대에서 이미 ‘문제 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등이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들어 각종 무역 규제를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GATT 21조와 관련한 WTO 판정이 1995년 WTO 출범 이후 한 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작년 4월 WTO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서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당시 우크라이나의 물자 이동을 제한한 게 정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이 유일한 판정에서 WTO가 규제국의 손을 들어준 것은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준전시 상황이었다”며 “거꾸로 말하면 준전시 상황이 아니고서는 안보상 예외조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또 “당시 재판부가 ‘다른 목적이 있는데 포장하기 위해 안보를 이유로 든 게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

당시 법률 심리 과정에서 제3자로서 의견을 낸 일본 측은 “GATT 21조는 필수적 국익을 보호하는 특별한 조항으로 국가의 재량을 인정해야 하지만 이 재량은 무한하지 않고 극도로 신중히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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