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다.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경영 환경에서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이후 경영 환경은 극명하게 달라졌다.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대기업에 비해 더 어렵다. 전통적인 제조 기반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로 수요가 급감해 경영 위기를 호소한다. 한편으로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이를 활용한 성장의 기회도 엿보인다.

중진공은 정책자금을 활용해 수요 급감으로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에 긴급자금을 수혈했다. 수출 중소기업을 위해선 물류비를 지원해 급한 불을 껐다. 아울러 투자와 융자를 결합한 자금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수출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대행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인력 양성에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코로나 시대에 맞춰 비대면 교육연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협동화자금 지원으로 마스크 생산

코로나19는 세계에서 사람들의 이동을 중단시켰다. 대면 중심의 영업을 해오던 제조 기반 중소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우선 급전이 없어 우량한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일이 급선무였다. 중진공은 정책자금을 동원해 중소기업에 긴급자금을 지원했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총 7000억원 지원했다. 기존에 융자받은 중소기업에는 원금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를 제공하며 자금 운용에 숨통을 터줬다.

코로나19 예방의 필수품인 마스크 품절 사태가 발생하자 협동화사업 자금을 지원해 생산을 늘리는 데도 역할을 했다. 협동화사업은 세 개 이상 중소기업이 협력해 공동으로 입지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비를 절감하며, 원가를 줄이는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당시 마스크 생산과 관련된 씨앤씨, 나노텍, 아이원이 공동으로 투자해 지티에스를 설립하고 공동으로 생산을 추진했다. 중진공은 총 사업비 70억원 가운데 56억원을 협동화 자금으로 지원했다. 나머지 세 개사가 14억원을 분담해 매일 마스크 150만 장 분량의 MB필터 1.5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이곳에선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진공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미래 성장 가치가 있는 중소기업에 투자와 융자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는 투·융자복합 금융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성장공유형 자금은 중소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채권이면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메자닌 상품을 인수해 자금을 공급한다. 스케일업금융은 아직은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여러 중소기업의 회사채를 묶어 자산유동화증권(P-CBO)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중진공이 투자 매력이 낮은 후순위채를 인수하고 나머지 선순위와 중순위 채권은 투자금융사가 인수하도록 해 장기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자금을 공급한다.

온라인으로 中企 수출 판로 개척

중소기업 가운데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수출을 통해 성장했거나 성장의 기회를 찾는 기업이 많다. 코로나19가 급격히 세계로 확산한 지난 3~4월은 이들 수출 중소기업에는 최악의 시기였다. 유럽은 국경이 봉쇄됐고 대부분 국가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도 인적 교류를 봉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수요 급감으로 이미 계약한 수출 물량이 취소되기 일쑤였다. 수출 중소기업이 새로 개발한 신제품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 조달도 어려웠다.

중진공은 이 같은 어려움에 처한 수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수출 마케팅 지원에 적극 나섰다. 직접 판로를 뚫거나 온라인 마케팅 대행 등의 방식을 통해서다. 2~3월 중국 물류 제한으로 원·부자재 수입이 어려움을 겪을 때 대체 수입처 발굴을 지원하고 기업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소기업과 물류업체를 중개해 물류비를 상시 할인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국내외 물류거점이나 해외 창고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해 중소기업의 물류비를 줄여줬다. 중진공은 올해 5월엔 무역협회와 함께 일본과 독일에 특별 전세기를 각각 1회 띄워 중소기업의 수출 배송을 직접 지원했다.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 마케팅이 급부상하면서 중진공의 온라인 수출 플랫폼 ‘고비즈코리아’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고비즈코리아 내 온라인 전시관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마케팅을 무료로 지원했고, 소셜미디어와 중국의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홍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100개 기업을 선정해 온라인 전시회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온라인 수출에 익숙하지 않은 중소기업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 판매대행’ 사업도 하고 있다. 터키, 인도 등 신흥 수출국과 북미, 중국 등 전통 수출국에까지 폭넓게 수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2200여 개 중소기업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입점을 지원했고, 올해는 1500여 개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인력 양성

코로나19는 중소기업 직원들에 대한 교육 지원 방식도 바꿔놨다. 기존 대규모 집단 교육은 불가능해졌고 각자의 생활공간에서 온라인 교육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 양성을 위해 다양한 연수를 제공해온 중진공은 온라인 교육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비대면 교육 수요가 커지면서 이러닝 콘텐츠를 신규로 제작했다. 기존에 924개인 온라인 콘텐츠를 연내 1053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온라인 기반으로 쌍방향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비대면 라이브연수 과정을 새롭게 ‘KOSME-LIVE’로 개발해 운영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환경의 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세미나도 온라인으로 열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애로 해소를 위한 ‘라이브 그룹 코칭’도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제조 현장에서 가속화할 스마트공장에 대비한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공장 이론과 실습 교육을 기반으로 현장 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스마트공장 심화교육과정’을 신설해 현장 고급인력을 양성한다. 비대면 연수 수요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스마트공장 연수’도 확대할 계획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