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근간인 주조(주물)·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도금)·열처리 등 업종에서 약 55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3만3000여 개 뿌리기업이 ‘줄폐업’ 위기에 놓였다. 경기 시화지역 도금업체들의 지난달 평균 가동률은 30~40%로 1년 전(70~80%)에 비해 반토막 났다. 경기 반월도금사업협동조합 소속 61곳 업체의 같은 기간 평균 가동률은 24.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5일 “전국 주물업체 6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연말까지 뿌리기업 가운데 30%는 문을 닫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의 일부 완성차업체 부품사가 국내 뿌리기업과 거래를 끊고 대만 또는 베트남으로 거래처를 바꾼 것으로 알려져 ‘수출길’도 비상이다. 한 뿌리기업 대표는 “일본 업체들이 수십 년간 이어온 거래를 최근 갑자기 끊었다”며 “양국 간 무역분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한 주물업체 대표는 “뿌리산업이 망하면 차도 더 이상 못 달리고, 비행기도 못 뜬다”며 “정부의 일시적인 전기료 인하 등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