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기업을 대상으로 제조와 판매를 뺀 나머지 물류서비스를 종합 대행해주는 풀필먼트(fulfillment)사업에 진출했다. 남의 물건을 창고에 보관해주고, 차로 배송하고, 반품까지 대신 받아주는 서비스다. 쿠팡에 입점해서 물건을 파는 기업(개인 판매자 포함)이 대상이다. 쿠팡이 직접 구매해서 판매하는 상품뿐 아니라 입점 업체 상품까지 ‘로켓배송’을 해주겠다는 의미다. 네이버 G마켓 11번가 등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만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마존의 길 걷는 쿠팡…"입점업체 상품도 로켓배송"
쿠팡은 14일 자사에 입점한 판매자를 상대로 상품 보관과 로켓배송, 고객 응대까지 한 번에 해주는 ‘로켓제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로켓제휴는 아마존의 풀필먼트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와 비슷하다. 쿠팡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도로 창고를 짓거나 빌리지 않아도 된다.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을 필요도 없다. 반품과 배송 지연 등 소비자 불만 사항 또한 쿠팡이 대신 처리해준다. 여기에 중소 판매자가 힘들어하는 빅데이터 분석까지 제공한다.

쿠팡은 로켓제휴 업체를 별도로 표시해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쿠팡이 특별 관리하는 업체란 ‘표식’을 붙이는 셈이다. 로켓배송 분류에도 넣어주기로 했다. 쿠팡 소비자 상당수는 로켓배송 상품 위주로 구매한다. 로켓배송 분류에 들어가면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에선 쿠팡의 풀필먼트사업을 시간 문제로 봤다. 공공연히 ‘아마존 따라하기’를 하는 쿠팡이 아마존의 성장 동력인 풀필먼트를 안 할 리 없다고 판단했다. 업계 예상보다는 시점이 이르다. 한 물류회사 관계자는 “자기들 물건 처리하는 것도 빠듯한데 남의 물건을 처리할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네이버 쇼핑을 의식했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과거 쿠팡은 주로 대형마트, 슈퍼와 경쟁했다. 생필품을 싸게 팔았고 빨리 가져다줬다. 이 경쟁에서 이긴 뒤 패션, 가전 등으로 상품군을 확장했다. 이 시장에선 네이버, G마켓, 11번가 등이 ‘강자’다. 급격히 성장 중인 네이버는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쿠팡은 네이버에 없는 자체 물류망을 내세워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면 우선 네이버에 비해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진다. 생필품뿐 아니라 더 많은 물건을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보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 판매자 일부가 쿠팡으로 이동할 여지도 있다. 지금은 네이버 G마켓 등이 쿠팡보다 훨씬 많은 판매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쿠팡으로 옮긴다면 쿠팡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