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힘펠 대표가 본사 전시장에서 환기청정기 마케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김정환 힘펠 대표가 본사 전시장에서 환기청정기 마케팅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고 한다. 말은 쉽지만 불황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삶이건 경영이건 마찬가지다. 경기도 화성의 환풍기업체 힘펠은 지난해 말 제3공장 준공에 이어 공기질을 개선하는 환기청정기로 승부를 걸고 있다. 올해 매출신장 목표를 25%로 잡고 있으며 수년 내 1000억원 매출고지 달성이라는 경영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김정환 힘펠 대표, 국내 욕실 환풍기 10개 중 6개가 힘펠 제품
경기도 화성에 환풍기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힘펠(대표 김정환·63)이 있다. 유서 깊은 사도세자와 정조의 능이 있는 융건릉 부근이다. 경기침체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상당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회사는 요즘에도 종종 잔업을 한다. 오히려 성장기회를 맞고 있다며 설비투자에 이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김정환 대표는 “우리는 지난 수년간 연평균 20%가량 매출이 늘었다”며 “올해는 매출 신장목표를 25%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14년 276억원에서 작년엔 644억원으로 신장했다. 5년 새 133%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중 인원도 88명에서 150명으로 70% 늘었다.

작년 말엔 약 90억원을 투자해 제3공장을 지었다. 대지 3000㎡에 연건평 4600㎡ 규모다. 기존 공장과 길 하나 사이다. 이곳에 사무실과 전시장 구내식당 카페테리아 등을 만들었다. 신축 건물인 데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서 사무실이 호텔급이라는 평을 듣는다.

힘펠은 일반인에겐 아직 생소한 기업이지만 업력이 올해로 31년에 이른다. 주력제품은 환풍기와 환기청정기다. 김 대표는 “욕실용 환풍기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내 매출 1000억원 고지에 올라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의욕적인 목표를 잡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실내 환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체 교회 학교 유치원 등지에서 문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풍기가 단지 실내공기를 외부로 내보내는 것이라면 환기청정기는 실내 공기는 밖으로 배출하고 외부 공기는 필터로 걸러 내부로 들여보내는 장치다. 김 대표는 “종전엔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청정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요즘엔 바이러스 때문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깥공기가 깨끗할 경우 창문을 열어서 순환시키면 되지만 미세먼지나 냉난방 때문에 창문개폐가 쉽지 않을 경우 환기청정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둘째, 다양한 제품의 연구개발이다. 학교나 기업 등의 환경에 맞는 성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천장형뿐 아니라 바닥설치형까지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이 중 바닥설치형 공기순환기의 경우, 고성능 2단 필터시스템을 적용했다. 필터 청소나 교체가 쉽도록 제작했다. 좁은 공간부터 넓은 공간까지 적용할 수 있는 수십 종의 구색을 갖췄다. 환기청정기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외기 급기시스템을 차단하고 실내의 공기를 열회수형 환기장치 내에서 헤파필터를 통해 걸러 들여보낼 수 있다. 김 대표는 “난방 시엔 열을 70%, 냉방 시엔 50%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연구소에 전체 인력의 10%가 넘는 16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는 이 회사는 그동안 특허 및 실용신안, 의장등록을 합쳐 60여 건의 지식재산권을 비롯, 녹색기술인증 등 다양한 인증을 받았다.

셋째,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이 회사는 해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냉난방공조기기전시회에 출품하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노력해 지난해 100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수출은 시작단계이지만 앞으로 인도 등 이머징마켓을 공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18세 때인 1975년부터 중소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뒤 1989년 안양에서 직원 5명을 데리고 창업, 부엌가구용 손잡이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국내 최대 욕실용 환풍기 제조업체로 우뚝 섰다. 그는 이 과정에서 늘 기술개발과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힘펠(HIMPEL)은 ‘High Impeller’의 약자로 ‘힘 있는 임펠러(날개)’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그동안 준비과정이었다면 이젠 힘차게 날개를 펼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