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크 베리스트룀 노르딕네스트 CEO "북유럽 가구=이케아 공식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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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인테리어 제품으로 승부
코로나 사태 속 '폭풍성장' 이끌어
오프라인 매장 없어요
주문 들어오면 물류창고서 배송
코로나로 온라인 쇼핑 급증
매출 전년 대비 70% '껑충'
코로나 사태 속 '폭풍성장' 이끌어
오프라인 매장 없어요
주문 들어오면 물류창고서 배송
코로나로 온라인 쇼핑 급증
매출 전년 대비 70% '껑충'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오전 6시 스웨덴 남부 도시 벡셰. 온라인 인테리어 유통업체 노르딕네스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방크 베리스트룀은 자전거를 끌고 출근길에 올랐다. 회사는 집에서 약 106㎞ 떨어져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엔 무척 버거운 거리다. 그는 이날 오후 2시가 돼서야 사무실에 도착했다.
평소 차로 출퇴근하던 그가 고된 출근길에 오른 사연은 이렇다. 베리스트룀은 직원들과 올해 5월 매출을 두고 내기를 했다. 직원들은 지난해 동기보다 두 배 이상의 매출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면서 회사 매출이 급속도로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베리스트룀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두 배까진 어렵다고 봤다. 그는 ‘내기에서 지면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회사까지 오겠다’는 벌칙을 내걸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1년 전보다 2.1배 많은 5월 매출을 올렸다. 베리스트룀이 이날 이른 새벽부터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했던 이유다. 그는 “평소에도 자전거를 잘 타지 않는 나에겐 힘든 여정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내기라면 수십 번 더 져도 된다”고 말했다.
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스타일을 의미한다. 천연 소재와 부드러운 색을 사용하는 점이 큰 특징으로 꼽힌다. 화려함보다 단순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편안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제품을 떠올리면 쉽다.
노르딕네스트는 2002년 스웨덴 동남부에 있는 도시 칼마르에서 설립됐다. 스웨덴 투자회사 NS인트레센티어와 EOC캐피탈이 지분 77%를 보유한 대주주다. 기본적인 사업 구조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다.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 창고에서 제품을 꺼내 배송해주는 구조다. 루이스폴센 이딸라 프리츠한센 무토 등 200여 개 북유럽 인테리어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베리스트룀은 “이케아가 중저가로 기본적인 제품들을 제공한다면 노르딕네스트는 고급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이 다르다”며 “가구뿐만 아니라 주방제품, 조명, 카펫 등 3만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인 이케아가 북유럽 가구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끌어올린 덕분에 노르딕네스트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5억7400만크로나(737억원)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베리스트룀이 CEO로 선임된 이후 판매량이 4배 이상 늘었다. 설립 초기 20여 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180명으로 증가했다. 사업 대상 국가도 70개국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억1700만크로나(약 409억원)로 전년 동기(1억8700만크로나)보다 70% 증가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세계 각국이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배송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은 모두 정상화됐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구를 구매하던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몰린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매출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에서 이케아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점도 노르딕네스트의 관심을 끌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다는 의미여서다. 그는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는 한국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이케아는 저렴하고 기본적인 제품들로 구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고급스러운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노르딕네스트의 한국 매출 규모는 진출 첫해 대비 16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노르딕네스트는 최근 아시아 사업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품군별로 가장 유명하고 품질 좋은 브랜드를 엄선하고 있다”며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를 통해 아시아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했다.
베리스트룀은 34세의 젊은 나이에 CEO에 올랐다. 태국 방콕 출신인 그는 1988년 네 살 때 스웨덴으로 이주했다. 스웨덴 멜라달렌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유럽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메디아마크트에서 영업 사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미디어새턴, 종묘회사 닐슨가든 등을 거쳐 3년 전 노르딕네스트 CEO로 스카웃됐다.
그는 매일 오전 회사 내부를 산책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사무실, 물류창고 등 모든 직원들과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다. 때때로 직원들과 즉석 토론을 벌이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듣는다고 한다. 직원들이 자신을 친숙하게 생각해야 효과적인 소통이 이뤄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베리스트룀은 “수평적이고 위계가 없는 조직 문화가 노르딕네스트의 장점”이라며 “헌신적인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평소 차로 출퇴근하던 그가 고된 출근길에 오른 사연은 이렇다. 베리스트룀은 직원들과 올해 5월 매출을 두고 내기를 했다. 직원들은 지난해 동기보다 두 배 이상의 매출을 거둘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면서 회사 매출이 급속도로 불어나는 상황이었다. 베리스트룀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두 배까진 어렵다고 봤다. 그는 ‘내기에서 지면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회사까지 오겠다’는 벌칙을 내걸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1년 전보다 2.1배 많은 5월 매출을 올렸다. 베리스트룀이 이날 이른 새벽부터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했던 이유다. 그는 “평소에도 자전거를 잘 타지 않는 나에겐 힘든 여정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내기라면 수십 번 더 져도 된다”고 말했다.
○북유럽 인테리어 전문 편집숍
노르딕네스트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급성장한 기업이다. 2017년부터 CEO를 맡아 온 베리스트룀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노르딕네스트는 ‘스웨덴에서 가장 큰 스칸디나비아식 인테리어 전문 전자상거래 업체”라고 소개했다.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스타일을 의미한다. 천연 소재와 부드러운 색을 사용하는 점이 큰 특징으로 꼽힌다. 화려함보다 단순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편안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제품을 떠올리면 쉽다.
노르딕네스트는 2002년 스웨덴 동남부에 있는 도시 칼마르에서 설립됐다. 스웨덴 투자회사 NS인트레센티어와 EOC캐피탈이 지분 77%를 보유한 대주주다. 기본적인 사업 구조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다.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 창고에서 제품을 꺼내 배송해주는 구조다. 루이스폴센 이딸라 프리츠한센 무토 등 200여 개 북유럽 인테리어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베리스트룀은 “이케아가 중저가로 기본적인 제품들을 제공한다면 노르딕네스트는 고급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이 다르다”며 “가구뿐만 아니라 주방제품, 조명, 카펫 등 3만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인 이케아가 북유럽 가구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끌어올린 덕분에 노르딕네스트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5억7400만크로나(737억원)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베리스트룀이 CEO로 선임된 이후 판매량이 4배 이상 늘었다. 설립 초기 20여 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180명으로 증가했다. 사업 대상 국가도 70개국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억1700만크로나(약 409억원)로 전년 동기(1억8700만크로나)보다 70% 증가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세계 각국이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배송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지금은 모두 정상화됐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구를 구매하던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몰린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매출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
노르딕네스트는 2014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6년 서울에 지사를 설립했다. 노르딕네스트가 해외 지사를 낸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베리스트룀은 “아시아는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이라며 “우리에게 한국은 3대 시장으로 꼽히는 곳으로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한국에서 이케아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점도 노르딕네스트의 관심을 끌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있다는 의미여서다. 그는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는 한국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이케아는 저렴하고 기본적인 제품들로 구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고급스러운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노르딕네스트의 한국 매출 규모는 진출 첫해 대비 16배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노르딕네스트는 최근 아시아 사업 영역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시장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품군별로 가장 유명하고 품질 좋은 브랜드를 엄선하고 있다”며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를 통해 아시아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했다.
베리스트룀은 34세의 젊은 나이에 CEO에 올랐다. 태국 방콕 출신인 그는 1988년 네 살 때 스웨덴으로 이주했다. 스웨덴 멜라달렌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유럽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 메디아마크트에서 영업 사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미디어새턴, 종묘회사 닐슨가든 등을 거쳐 3년 전 노르딕네스트 CEO로 스카웃됐다.
그는 매일 오전 회사 내부를 산책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사무실, 물류창고 등 모든 직원들과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다. 때때로 직원들과 즉석 토론을 벌이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듣는다고 한다. 직원들이 자신을 친숙하게 생각해야 효과적인 소통이 이뤄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베리스트룀은 “수평적이고 위계가 없는 조직 문화가 노르딕네스트의 장점”이라며 “헌신적인 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