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공룡' 이케아, '안전의 대명사' 볼보, '글로벌 SPA 업체' H&M까지.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들 브랜드는 모두 스웨덴에 뿌리를 둔 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국내 각 분야에서 스웨덴에 뿌리를 둔 브랜드들의 약진이 돋보이고 있다. 뛰어난 디자인과 안전을 강조한 합리성, 우수한 품질이 한국인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양국의 자연환경, 인적 자원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 등 공통분모가 많아 스웨덴 브랜드에게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딱 집어 이것이라고 정의하긴 어렵지만 북유럽풍 '스웨디시(스웨덴의) 감성'이란 단어로 요약되는 합리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도 긍정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분야에서는 이미지가 어떻게 구축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데 한국인들이 스웨덴이라는 나라 자체에 갖고 있는 이미지가 긍정적인 점도 무시할 수 없다"며 "양국은 자연 환경이 척박하고 지하자원이 거의 없어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성실하고, 산업구조 역시 수출 중심이라 공통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가구 공룡' 이케아의 두드러진 성장세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이케아 동부산점 오프닝 행사에서 소비자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선 모습. [사진=이케아코리아 제공]
부산 기장군에서 열린 이케아 동부산점 오프닝 행사에서 소비자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줄을 선 모습. [사진=이케아코리아 제공]
대표적 분야는 가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홈퍼니싱기업 이케아는 한국 진출 5년 만인 지난해 연간 매출 5032억원을 올렸다. 이케아는 작년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 취임에 맞춰 2020년 회계연도 판매전략을 발표하면서 "(경기) 광명점과 고양점, 이커머스 채널에 보여준 한국 소비자들 관심에 힘입어 2019년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5%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850만명 달성, 이커머스 채널도 개시 1년 만에 3850만명이 방문했다.

2014년 한국 진출 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간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둔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여유가 있었다. 요한손 대표는 "한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홈퍼니싱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매장 방문자는 줄었지만 온라인까지 4600만명이 방문한 셈이다. 성장세는 세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고 5% 성장도 성공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케아는 가구업계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경기 남부 지역에 선제적으로 기흥점을 오픈하면서 본격 성장세의 고삐를 당겼다. 구도심보다 신도시를 공략하면서 판교, 분당, 수지, 동탄 등의 인근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 전략이다. 특히 기흥점 직원 500여명의 62%를 인근 지역주민들로 채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기흥점이 개장하는 날 매장은 영업시간 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직원들은 한국과 스웨덴 국기를 손에 들고 흔들며 소비자들을 맞이했다. 기흥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케아는 국내 4호점이자 첫 비수도권 매장인 부산 동부산점에 역량을 집중하고, 홈퍼니싱 시장에 이어 사무용 가구에도 진출해 스웨덴 감성을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

야간 정비를 하는 볼보트럭 정비사의 모습 [사진=강경주 기자]
야간 정비를 하는 볼보트럭 정비사의 모습 [사진=강경주 기자]
자동차 분야 산업재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뽐내는 대표 스웨덴 브랜드는 볼보다. 수입상용차 업계에서 볼보트럭코리아는 10년째 전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전체 상용차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도 카고 부문만 뒤질 뿐이다.

볼보트럭의 안정적 시장 장악력은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된 올해도 흔들림 없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4~5월 볼보트럭은 시장점유율 40%대를 유지하며 수입 트럭 1위를 달렸다. 볼보트럭은 내친김에 현대차 상용차도 따라잡아 전체 상용차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볼보자동차도 두드러진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볼보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2018년 3.27%(10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린 4.32%(6위)로 성장했다. 올해 들어선 1분기(1~3월 누적) 5.84%의 점유율로 벤츠 BMW 쉐보레 폭스바겐에 이은 4위로 올라섰다. 이 가운데 쉐보레는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포함돼 볼보가 사실상 독일차 브랜드 바로 다음 순위를 달리는 셈이다.

볼보자동차는 지난해 1만570대를 판매해 국내 진출 22년만에 처음으로 1만대 클럽에도 가입했다. 보통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판매량 1만대는 안정적 점유율의 바로미터로 통한다.

볼보자동차는 2014년만 해도 국내 판매량이 채 3000대가 안 됐다. 5년 만에 판매량이 250% 이상 껑충 뛰었다. 볼보자동차와 동급 포지션인 프랑스 푸조, 일본 인피니티가 이 기간 3000대 급에서 2000대 급으로 도리어 판매량이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올해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올 1월 1100대를 팔아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3월에 1162대를 판매해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볼보자동차는 올해 15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사후 관리'에 보다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트럭 분야에서 다른 브랜드는 냉각수 등 부정적 이슈가 꾸준히 있지만 볼보트럭은 품질 면에서 상당히 안정적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고 튼튼해 고장이 없으면서도 수리 시스템이 잘 갖춰쳤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지난해부터 무역분쟁 탓에 일본차 수요가 줄어들며 볼보자동차가 반사수혜를 입은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음악·패션·가전에도 퍼지는 '스웨덴 감성'


문화 산업에서의 침투도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서비스 개시 초읽기에 들어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스웨덴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스포티파이는 취향에 따라 음악을 골라주는 서비스로 전세계 유료 가입자만 4억4000만 명(2019년 기준), 작년 매출은 9조2000억원을 넘겼다.

스포티파이는 올 1월 서울 대치동에 스포티파이코리아를 설립, 피터 그란델리우스 스포티파이 본사 법무총괄을 한국법인 대표로 앉히면서 국내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스포이파이는 해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자들이 K팝을 소비하는 최대 채널로 급부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K-콘텐츠 미국 시장 소비자 동향'을 조사한 결과 음악을 청취하는 주된 경로로 유튜브(44.2%) 외에 스포티파이(27.4%)를 꼽았다.

각종 음원 사재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워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는 등 스포티파이가 한국에 본격 진출하면 국내 음원 시장 지형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삼성전자의 경영권 승계 이슈가 본격화하자 국내 언론들은 스웨덴 재벌 가문 '발렌베리가(家)'를 주목했다. '존재하나 드러내지 않는다'는 가훈 아래 150여 년간 주식을 소유하면서도 한 사람이 경영권을 독점하지 않은 스웨덴 가문이 앞으로 삼성전자의 모델의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패션의 H&M, 가전 일렉트로룩스 등도 스웨덴 기업으로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스웨덴은 국토의 70~80%가 산악 지형으로 토목과 운반 등 산업재에 수요가 많고 교육에 대한 투자와 필요성이 타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높은 수준의 문화성 역시 비슷해 양국의 지리적 위치는 멀어도 심리적 거리는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