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 번 더 낮춰 -2.1%로 발표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글로벌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IMF는 24일 발표한 ‘6월 세계경제 전망’에서 “각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기대보다 안 좋았고 2분기에 더 큰 침체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충격 크다"…한국 성장률 외환위기 후 최악
1980년 석유 파동보다 심각

IMF가 전망한 대로 올해 한국이 2.1% 역성장한다면 역대 두 번째로 나쁜 경제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보다는 높지만 2차 석유 파동이 있었던 1980년(-1.6%)보다 더 낮은 것이다. IMF는 한국이 코로나19 방역과 자체 경제 가동에선 다른 나라보다 뛰어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제 충격을 피해가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한국의 성장률은 이번에 성장 전망이 공개된 선진국 중 가장 높고, 신흥국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2021년 3.0% 성장하면 코로나19 이전의 GDP를 회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IMF는 매년 4월과 10월에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뒤 1월과 7월에 한국을 뺀 주요국 중심으로 성장률을 조정한다. 하지만 올해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6월로 발표 시기를 앞당기고 한국 등 30개국을 분석 대상에 넣었다.

글로벌 경제 심각한 타격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4.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월 0.5%로 전망됐던 선진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번 전망에서 0.3%로 하락했다.

IMF는 1분기 GDP 감소 이외에도 작년 4분기에 비해 올 1분기 일자리가 세계적으로 1억3000만 개 감소한 점, 세계 각국의 봉쇄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는 점,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급감한 점 등을 전망치 하향 조정의 이유로 꼽았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5.9%에서 -8.0%로, 유로존은 -7.5%에서 -10.2%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조정됐다. 한·중·일 동아시아 3개국 중에선 한국의 하락 폭이 컸다. 중국은 4월 전망치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해 1.0% 성장할 것으로, 일본은 0.6%포인트 하락해 -5.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코로나19 조기 종식 후 경제가 빨리 정상화된 점, 일본은 1분기 GDP 감소폭이 예상보다 나았던 점 등이 고려됐다. IMF는 경제의 빠른 반등도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2021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8%에서 5.4%로 낮췄다. 한국은 3.4%에서 3.0%로 하향 조정됐다.

“정부 부채 급증할 것”

IMF는 코로나19로 인해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큰 폭으로 늘리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IMF는 전 세계 정부의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비율이 지난해 82.8%에서 올해 101.5%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폭 18.7%포인트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의 10.5%포인트보다 훨씬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돈을 훨씬 많이 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는 10.0%포인트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역시 2009년 -4.9%포인트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의 올해 부채비율은 49.5%로 전망됐다. 작년 41.9%에서 7.6%포인트 증가한다는 예상이다.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3.6%로 예측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