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사장 "실적 예측 더 정교하게 하라"
“실적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야 합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CEO·사진)은 최근 경영회의 때마다 각 사업본부장에게 ‘예측의 정확성’을 강조한다. 각 사업본부가 다음 분기 실적 및 업황을 정확히 예측해 보고해야 적절한 제품·부품 재고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실적과 크게 차이 나는 전망치가 보고되면 제품 생산량, 부품 주문량 등에서 과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게 권 사장의 생각이다. 이에 따라 LG전자 각 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사장·부사장도 실무 임원들에게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고객사와 현지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해달라”고 요구한다. 예컨대 미국 유통업체가 ‘3개월 뒤 제품 100만 개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시장 흐름과 경쟁사 동향을 파악해 ‘실제 주문이 이행될지’ 따져보란 얘기다.

권 사장의 특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관리(SCM) 전략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부품 조달처가 끊기거나 미국·유럽 시장의 판매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으면서 LG전자 역시 SCM 효율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밑에 있던 SCM 담당 부서를 구매 담당 임원 직속으로 옮긴 것도 업무 연관성과 효율성을 감안한 조치다.

권 사장은 실적 예측만큼이나 ‘사업본부 간 장점 벤치마크’를 중시한다. 가전(H&A), TV(HE), 스마트폰(MC), 자동차 전기·전자장치(VS), 기업용 제품(BS) 등 각 사업본부는 고유의 시스템과 특성을 갖추고 있다. 그렇더라도 ‘타 사업본부 장점 배우기’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권 사장이 각 사업본부장이 모이는 경영회의에서 활발한 토론을 유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LG전자 관계자는 “잘나가는 H&A사업본부 임직원도 다른 사업본부에서 배울 점이 적지 않다는 게 권 사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LG전자 내부에선 2분기 영업이익이 금융투자업계의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4012억원)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시장 예상치보다 좋은 실적을 달성한다면 지난해 11월 취임한 권 사장이 더욱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 돌파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정수/이수빈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