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사업에 참여한 신용카드사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제때 받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정산이 두 차례 미뤄지면서 국민을 대신해 지급한 자금의 이자 부담만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자 비용에 대한 보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지원금 정산 늦어질라…속 타는 카드사
행정안전부는 재난지원금 사업에 참여한 9개 카드사에 9조원가량을 다음달 1일 정산할 것이라고 24일 밝혔다. 9조원은 지난달 31일까지 신용·체크카드에 충전된 재난지원금의 9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나머지 5%는 8월 말에 재난지원금 유효기간이 끝나면 실제 사용액을 보고 정산할 예정이다.

재난지원금 정산일은 앞서 두 차례 연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매달 실제 사용액 기준으로 정산하기로 하면서 5월에 1차 지급하기로 했다가 재원 마련에 시간이 걸리는 지자체 사정을 고려해 이달 중순으로 늦췄다”며 “이후 카드사 요청이 있어 다음달 1일로 다시 연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산일이 늦어지면서 카드사들이 가맹점에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하기 위해 부담한 조달금리는 불어나고 있다. 카드사들이 재난지원금을 ‘봉사활동’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다. 카드사들은 카드에 충전된 재난지원금 9조5647억원 중 7조원가량을 이미 가맹점에 지급했다. 재난지원금 결제 승인이 나면 2일 안으로 카드사는 가맹점에 현금을 지급한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마련해 카드사에 정산해주는 식이다. 카드사가 가맹점에 선지급하는 돈은 채권 등을 찍어내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자가 연 2% 정도라면 정부와 지자체의 정산이 한 달만 늦어져도 100억원 이상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정산 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업계가 수십억원을 들였는데 조달금리까지 부담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이유는 지급 책임을 정부와 지자체가 나눠서 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 정산은 정부가 지자체에 국고보조분을 주면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얹어서 카드사에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재난지원금 재원은 국비 80%에 지자체 부담분 20%를 더해 마련했다. 정부가 국비를 지자체에 내려보내도 지자체가 지방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재원 마련에 시간이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정산이 지연되면 카드사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그만큼의 채권을 급히 찍어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