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임원들이 급여 일부를 회사에 반납하고 ‘고통 분담’에 나서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서울 등촌동 본사 사옥에서 17일 임원회의를 열고 부문장급 이상 임원들에 한해 3개월간 급여의 20%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진 반납’ 형식을 띠었지만 사실상 임금 삭감에 돌입한 것으로 유통업계에선 해석했다. 홈플러스가 임금 삭감에 나선 것은 1997년 회사 설립 이래 23년 만에 처음이다.

홈플러스 실적은 최근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6%와 38.3% 감소한 7조3002억원과 1602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도 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실적이 실제보다 낫게 나왔다는 분석이다. 과거 회계기준으로 계산하면 영업이익은 100억원에도 못 미쳤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영업외비용 등이 합쳐진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에 달했다.

홈플러스는 향후 실적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 대형마트 업황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 홈플러스는 연내 매장 세 곳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그러나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들이 먼저 나서 급여 반납을 하기로 했다. 큰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믿음을 갖고 약 2만2000명의 임직원이 힘을 모아 이번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