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 EBS다큐멘터리 출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조절을 통한 전통적 통화정책, 물가 목표를 정해놓고 관리하는 제도 등이 지금과 같은 세계적 저금리·저물가 환경에서 효과가 있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최근 한은 창립 70주년 기념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뉴 노멀(새 기준; 낮은 성장률·물가·금리)' 시대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은 기본적으로 금리를 주요 수단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데, 지금처럼 금리가 이렇게 낮을 때 어떤 적극적 수단을 활용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우리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실물경제를 유도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저희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 억제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해서도 "지금처럼 인플레가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경기침체 속 물가하락)를 우려하는 상황에서 물가안정목표제가 과연 현실에 적합한 것이냐,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문제에도 직면했다"고 덧붙였다.

한은 총재 "전통적 통화정책·물가안정목표제 유효성 고민"
정부의 재정정책과 한은의 통화정책 간 조율 문제도 난제로 언급됐다.

이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부각됐지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역할과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며 "사실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지금까지 엄격히 구분됐으나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렇다면 통화정책이 재정정책을 얼마만큼 떠맡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최근 한은이 무제한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해 12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한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가 미국·일본 등의 양적완화와 비교해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했다.

이 총재는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등 미국·일본의 양적완화는 꽤 오래됐다.

미국이나 일본은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까지 낮춰 금리가 더 이상 통화정책 수단이 되지 못하니까 그때부터 무제한으로 채권을 매입한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은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금리 조정의 여력이 아직 남아있고, (무제한 RP 매입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는 점 등에서 차별화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