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9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9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이제 겨우 한고비 넘겼을 뿐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기각된 9일 오전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꺼낸 얘기다. 이 부회장이 영어의 몸이 돼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임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검찰이 증거를 더 모아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삼성이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정상적으로 열릴지 여부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은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여론을 통해 불기소를 이끌어내는 데 일단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외부 전문가들에게 검찰 기소의 공정성을 평가받기 위해 지난 3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가 열리려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부의심의위원회(부의심의위)를 거쳐야 한다. 부의심의위는 해당 안건을 수사심의위에 넘길지 여부를 판단한다. 수사심의위가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내고, 이를 검찰이 받아들여야 삼성의 최종 목표인 불기소가 가능하다.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전한 대다수 외신도 삼성이 법률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법 리스크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헤쳐나가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장기각으로 이날 새벽 귀가한 이 부회장은 오후 업무에 복귀했다. 그룹 현안과 수사심의위 등 남은 일정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언제 다시 법률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지 알 수 없는 만큼 시급을 다투는 경영 현안을 빠르게 처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이 수사심의위 일정에 앞서 대규모 추가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란 관측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달 4일엔 주요 계열사에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신설하는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