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에 사상최대 3차추경

고용 9.4조·한국판 뉴딜 5.1조
경제활성화 3.7조·방역에 2.5조

법인세 5.8조·부가세 4.1조
올 세수 11조 넘게 덜 걷힐 듯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한국판 뉴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 홍 부총리, 안일환 제2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한국판 뉴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 홍 부총리, 안일환 제2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연합뉴스

한국이 한 해에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짠 것은 1972년이 마지막이다. 올해 48년 만의 세 차례 추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을 주문했다. 문제는 재정이다. 35조원을 웃도는 3차 추경으로 올해 재정 적자는 112조2000억원에 이르고 나랏빚은 111조4000억원 불어난다. 모두 사상 최대다.

정부는 3차 추경안에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 자본 확충에 5조원을 배정했다. 국책금융기관은 자금난에 빠진 기업을 돕기 위해 대출·보증을 대폭 늘린 상황이라 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자본 확충 규모는 신용보증기금 2조5000억원, 산업은행 1조6500억원, 기업은행 5000억원, 수출입은행 3800억원 등이다.

세수 줄어드는데 또 적자국채 23.8조…나랏살림 112조 '펑크'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에는 9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실업급여 예산 확대, 재정일자리 55만 개 창출 등이 담겼다. ‘한국판 뉴딜’에는 5조1000억원이 들어간다.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와 방역 및 재난 대응 분야에도 각각 3조7000억원, 2조5000억원이 쓰인다.

올해 국세 수입은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됐다. 기획재정부가 새로 계산해 보니 애초 세입 예산보다 11조4000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영업이익 감소로 법인세(-5조8000억원)가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부가가치세(-4조1000억원)와 근로소득세(-1조2000억원) 전망치도 하향 조정됐다. 이런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11조4000억원 규모 세입 경정(세수 부족분 보충)도 3차 추경안에 담겼다.

정부는 3차 추경 재원 조달을 위해 23조8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찍기로 했다. 이로 인해 올해 국가채무비율 등 재정건전성 지표는 역대 최악 기록을 모조리 새로 쓸 전망이다. 올해 재정 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는 112조2000억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은 5.8%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기록(4.7%)을 넘어서는 것으로, 5% 돌파는 처음이다.

작년 말 728조8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올해 840조2000억원으로 치솟는다. 올해 본예산 편성으로 805조2000억원으로 뛰었고, 세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35조원이 더 늘었다. 1년 새 나랏빚이 111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확 뛴다. 2015~2018년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35.7~36.0% 수준이었다. 작년에 38.0%로 증가했고 올해는 43.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올해 국가채무비율 증가폭(5.5%포인트) 역시 이전 최고 기록인 1998년의 3.8%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1%로 보고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했다. 마이너스 전망이 많은 다른 경제기관보다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률이 정부 전망을 밑돌면 국가채무비율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한국 성장률을 -1.2%로 보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일반 정부부채비율이 올해 말 46.2%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증세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은 증세 없는 재정 확대의 근거로 ‘좋은 채무론’을 들고나왔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성장률이 오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개선된다는 논리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재정지출이 고스란히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비현실적인 얘기”라며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 예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중복되거나 퍼주기 성격이 강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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