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知天命·50세)’이 되기도 전에 퇴직을 한다. 퇴직자의 65%는 ‘마음의 병’을 앓는다. 한 달에 400만~500만원쯤 있다면 여유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생활비는 252만원뿐. 최근 하나금융이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 보고서를 통해 드러낸 우리 사회 퇴직자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풍족한 노후 '金퇴족' 비결은 20대 주식·펀드, 30대 연금 가입
하나금융 100세 행복연구센터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사는 50~64세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 조사를 벌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은 ‘여유있는 노후의 시작’이 아니었다.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또다른 생존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조사 대상자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5세로 나타났다. 퇴직자 절반이 넘는 61%가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에 장기간 근속한 ‘주요 직장’에서 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초반(40~44세)에 직장을 나온 사람도 11%나 됐다.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시점(60~64세)까지 남은 기간을 의미하는 ‘소득 크레바스’ 기간이 평균 12년6개월이었다.

‘노후준비가 잘 돼 있다’고 답한 ‘金(금)퇴족(돈이 있는 은퇴자)’은 8%에 불과했다. 26%는 ‘보통 수준’, 66%가 ‘노후자금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퇴직자의 월평균 생활비는 252만원이었다. 10명 중 6명(63%)꼴로 퇴직 전에 비해 생활비를 줄였다. 평균적으로 29% 줄였다. 퇴직자들은 월 생활비가 200만~300만원일 때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으며 먹고사는 정도’라고 했다. 간간이 해외여행을 하는 등 ‘괜찮은 생활수준’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는 생활비는 월 400만~500만원이었다.

수입이 모자란 퇴직자들은 다시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퇴직자 10명 가운데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4명꼴(37%),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이 2명꼴(18%)로 나타났다. 경제생활을 하지 않는 나머지(45%) 중에서도 65%가 구직 중이거나, 창업 및 취업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65%는 퇴직 이후에 감정 기복이 심하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퇴직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노후준비가 잘돼 있는 8% ‘금퇴족’에겐 어떤 비결이 있을까. 조사결과 이들은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등에 비교적 일찍 가입했다. 28%는 30대 초반에, 46%는 40대에 퇴직연금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퇴직자보다 조기 가입률이 10~20%포인트가량 높았다는 설명이다.

금퇴족 4명 중 1명(26%)은 25세 이전부터 주식·펀드·파생상품 등으로도 노후자금을 운용한 경험이 있다. 재테크에 빠른 관심을 보였던 게 ‘풍족한 노후’로 돌아온 셈이다.

‘금퇴족’은 주택 보유비율이 93%에 달했다. 50대 평균 주택보유비율(62%)과 60세 이상의 주택보유비율(66.7%)보다 훨씬 높았다. 주택연금 등으로 모자란 노후자금을 채우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의미다. 이들 중 절반 가까운 46%는 35세가 되기 전에 첫 주택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100년 행복연구센터장은 “부동산 자산관리에 성공하고, 일찌감치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여야 금퇴족이 될 수 있다”며 “노후자금 관리부터 자녀결혼, 간병과 상속 등까지 대비하려면 퇴직 이후의 자산관리가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