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숏폼 수익 창출 지휘봉 잡다

디즈니의 인터넷 사업들 총괄
굵직한 M&A 주도 '딜메이커'
온라인 디즈니플러스 키워
중국 바이트댄스가 '깜짝 영입'
 일러스트=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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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에서 버즈 라이트이어(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 등장하는 우주전사 캐릭터)로 통하던 경영자.’

세계 최대 쇼트폼(짧은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된 케빈 메이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린 평가다. 월트디즈니의 주요 인수합병(M&A) 및 신사업을 주도한 그가 경력의 대전환을 맞았다. 버즈 라이트이어처럼 자신감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판을 얻은 메이어는 틱톡 앞에 놓인 미·중 갈등과 실적 개선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미니 맥킨지’ 출신 엘리트

메이어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다음 1993년 월트디즈니에 입사했다. 입사 직후 배치된 부서는 당시 사내에서 ‘미니 맥킨지’로 통하던 전략기획부였다. 경영대학원을 갓 졸업한 극소수 직원이 모든 부서의 사업계획을 검토하는 전권을 쥐고 있었다. 미니 맥킨지라는 별칭은 미래에 임원이 될 후보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란 데서 나왔다. 미니 맥킨지 출신답게 메이어는 1998년 36세에 전략기획수석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디즈니의 다양한 인터넷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였다.

메이어는 잠시 월트디즈니를 떠나기도 했다. 2000년 플레이보이의 온라인 자회사인 플레이보이닷컴 CEO로 옮겼다. 플레이보이가 도색 잡지란 이미지를 벗고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짰다. 취임 당시만 해도 그는 인터뷰에서 “친구들이 플레이보이맨션에 초대해 달라고 압박한다”며 농담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사업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몇 달 만에 그만뒀다. 플레이보이닷컴 CEO 시절이 ‘흑역사’로 기록된 탓인지 본인의 공식 이력에서도 삭제해 버렸다.

○월트디즈니의 딜메이커

2005년 친정인 월트디즈니로 복귀했다. 당시 CEO였던 로버트 아이거(밥 아이거)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렸다. 월트디즈니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굵직한 M&A 실무를 주도하는 딜메이커로 활약했다.

월트디즈니가 ‘콘텐츠 공룡’이 된 비결은 적극적인 M&A다. 월트디즈니는 2006년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제작한 픽사스튜디오를 인수했다. 2009년에는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등 슈퍼히어로 캐릭터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는 마블스튜디오를 인수했다. 2012년 루카스필름을 사들이며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IP마저 확보했다. 할리우드의 가치 있는 IP를 월트디즈니가 싹쓸이하며 ‘콘텐츠 왕국’으로 불리게 됐다. 이후 디즈니플러스(디즈니+) 등 자회사 기술 기반을 마련해 준 스트리밍 기술기업 밤테크도 인수했다.

월트디즈니의 역사적인 빅딜로 꼽히는 21세기폭스 인수에도 관여했다. 21세기폭스는 월트디즈니뿐 아니라 컴캐스트 등 다른 경쟁자들도 눈독을 들이던 매물이었다. WSJ에 따르면 메이어는 당시 21세기폭스 소유주이던 루퍼트 머독의 와인 농장을 찾아가는 등 끈질기게 공을 들였다. 월트디즈니는 2018년 21세기폭스를 713억달러(약 88조원)에 인수했다. 빅딜이 성사된 뒤 아이거 당시 회장은 메이어를 두고 21세기폭스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호평했다. 또 “나보다 잠을 덜 자는 유일한 인물일 것”이라고 그의 열정을 극찬했다.

메이어는 월트디즈니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디즈니플러스의 성공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개시한 디즈니플러스는 이달 초 기준 5450만 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OTT 최강자인 넷플릭스를 바짝 추격하며 월트디즈니를 콘텐츠 공급자에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테마파크 등 월트디즈니의 주요 사업 대부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상황에서 디즈니플러스는 거의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분야로 꼽힌다.

메이어가 보여온 탁월한 성과 덕분에 사내외에서는 그가 차기 회장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이거 회장이 퇴임한 이후 월트디즈니가 지난 2월 선택한 차세대 리더는 밥 차펙이었다. 메이어는 테마파크 등 여러 사업을 두루 경험한 차펙에 비해 업무 경험이 한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소 독선적이고 가혹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리더십도 영향을 줬다. 경쟁에서 진 메이어가 월트디즈니를 떠날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졌다.

○중국 업체로 옮긴 디즈니맨

중국 바이트댄스는 이달 18일 메이어를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틱톡 CEO로 영입한다는 깜짝 발표를 내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통 미디어업계(월트디즈니)의 거물이 온라인동영상업계의 ‘라이징스타’(틱톡)로 이동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다음달부터 틱톡 및 바이트댄스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틱톡으로 옮긴 뒤 메이어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만났다”고 말했다.

틱톡은 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중국에서 시작해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틱톡 앱은 2017년 첫선을 보인 후 현재까지 20억 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코로나19로 더 주목받으며 올 1분기에만 다운로드 건수가 3억1500만여 건에 달했다. 틱톡은 기업가치 750억달러(약 92조원)를 인정받으며 외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외신들은 틱톡의 메이어 영입이 이 회사 처지를 잘 대변해 준다고 설명한다. 미국 정부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기 전부터 이미 미 육군 및 해군의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정치권에선 틱톡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틱톡은 중국 기업이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메이어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틱톡은 메이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워너뮤직, 페이스북, 유튜브 등 미국 기업 임원을 다수 스카우트했다.

또 다른 당면 과제는 수익 창출이다. 틱톡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주력 사용자인 10대의 소비력에만 기대기엔 한계가 있다. 틱톡의 기업공개(IPO)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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