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의 한 지역 농협 창구에서 근무하는 A씨는 올해 초 5000만원이 넘는 지역상품권(지역화폐)을 창구에서 현금으로 바꿔줬다. 상품권을 내고 현금을 찾아간 사람은 거래 기업의 경리담당 직원이었다. A씨는 “지역민에게 출산 지원 등을 위해 조금씩 나눠 주는 상품권이지만 기업이 바꿔갔으며 지난해에도 수차례 거액을 현금화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지역상품권은 지역 농협 지점을 통해 수급자에게 제공되고 유통된 이후 다시 지역 농협·면사무소 등에서 현금화된다. 문제는 지역상품권의 용처가 제한된 데서 비롯된다. 주로 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지역상품권을 10~15% 할인해 파는 사람도 꽤 있다. 이른바 ‘지역상품권 깡’이다. 일부 전문 업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상품권을 사들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사들인 지역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하면 업자들은 10~15%의 이익을 올리게 된다. 일부 인터넷 중고 장터에선 지역상품권을 싸게 받아주고 물건을 팔겠다는 개인들도 있다.

일선 농협 지점에선 ‘깡’인 것을 알지만 기존 거래 관계 때문에 현금화 요청을 거절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농협 직원 B씨는 “수백 장의 상품권이 배포된 일련번호 순서 그대로 이틀 만에 되돌아오는 사례도 있다”며 “하지만 서로 아는 처지에 어떻게 현금을 안 내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3월부터 단속에 나서면서 지역상품권 깡이 최근 줄었지만 단속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단속 의지가 약해지면 다시 깡이 성행할 것”이라며 “지역화폐가 늘어나 생기는 이익이 누구한테 돌아가는지 잘 봐야 한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