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는 26일부터 나흘간 중국 푸젠성에서 ‘한·푸젠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열고 있다. 푸젠성 기업인, 중국 정부 관계자 등이 온라인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KOTRA  제공
KOTRA는 26일부터 나흘간 중국 푸젠성에서 ‘한·푸젠 온라인 수출상담회’를 열고 있다. 푸젠성 기업인, 중국 정부 관계자 등이 온라인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KOTRA 제공
“2년 걸릴 디지털 전환을 단 두 달 만에 이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뜻하지 않은 혁신을 이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자상거래와 비대면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도 코로나19가 가져올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공급망 재편·온택트가 대세…韓 소·부·장 기업엔 기회"
KOTRA 10개 해외지역 본부는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을 분석해 △디지털 경제로 전환 △글로벌 공급망(GVC) 변화 △온택트(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 일상화 등을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3대 과제’로 제시했다. 미국 독일은 물론 일본과 중국 기업들도 3~4년 전부터 제조업 강점을 살려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KOTRA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들 국가의 디지털 전환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5세대(5G) 이동통신 등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1억7000만달러(약 2100억원)를 배터리 공장에 투자해 1만 개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확보, 디지털 제조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다임러는 사내에 전담 조직을 두고 회사 전체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보건위생 분야의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기기와 건강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할 전망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대소변을 채취해 질병을 진단하는 스마트 화장실 시스템을 개발했다. 변기를 첨단 도구로 활용해 건강정보를 알고리즘화함으로써 의료진이 다양한 질병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 기술이다.

KOTRA는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허물어지면서 소재·부품·장비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에 새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공고화한 국제 분업체계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자국 우선주의 속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코로나19로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지형 KOTRA 북미지역본부장은 “전문화 정도가 높거나 대체 공급처가 한정적인 전자기기, 자동차, 기계, 제약 등에서 문제점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책과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미국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를 유도하기 위해 제조업 지원에 6000억달러(약 740조원)를 배정하고 국립제조원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발표한 글로벌 기업의 리쇼어링 수요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첨단장비, 소비재 등에서 중국에 의존하던 공급망을 다른 나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가 두드러졌다. 닉 비야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향후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며 “기업들은 위기관리 차원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재설계하고 다각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길범 KOTRA 유럽지역본부장은 “우리도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새롭게 설계하는 신규 공급망에 진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KOTRA도 전략 수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KOTRA는 온택트 활동의 일상화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부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위챗 등을 활용한 온택트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신선식품까지 온라인 주문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도 각광받는다. 알리바바 계열의 중국 최대 배달음식 기업인 어러머는 코로나19 직후 24시간 상비약 배달 서비스를 시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게임 영화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플릭스(iflix)는 코로나19 이후 이용자 수가 42% 급증했다. K팝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제조에 강점이 있는 한국에도 이런 흐름은 큰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조이스 창 JP모간 리서치 총괄은 “과거 디지털 서비스와 상품은 오프라인을 보조하는 부가적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면활동을 앞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며 “비대면 경제활동의 규모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길범 KOTRA 유럽지역본부장은 “한국도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투자 확대, 관련 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