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를 아주 짧게 쥐고 있어요.”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을 이렇게 요약했다. 투자금은 만기가 짧은 채권형 펀드에, 여윳돈은 머니마켓펀드(MMF)에 돌려 놓고 있다. 안전한 펀드 위주로 투자하면서 여차하면 ‘공격 자세’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 PB업계에서 고위험 상품은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이후 위축된 시장 분위기가 코로나19 사태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 3~7%가량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을 펀드로 묶은 ELF와 DLF는 은행 PB가 판매하는 대표적 고위험 상품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신규 설정액은 지난 3월 3조8674억원, 4월에는 2조9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4%, 77%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DLS 판매액도 70%가량 줄었다.

자산가들은 대신 기업 채권, 기업어음(CP)을 주로 담는 목표전환형과 만기 매칭형 펀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회사채와 CP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목표전환형 채권펀드는 미리 목표로 정한 수익률을 올린 뒤 만기까지 MMF 등 안전자산으로 전환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목표전환형은 주로 주식형 펀드에 이용되는 전략이지만, 최근 연 2~3%대의 수익률을 노리는 채권형 펀드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기매칭형 펀드는 운용기간을 미리 정해두고 펀드 운용기간보다 만기가 짧은 채권을 담는 상품이다. 개별 채권이 부도나지 않는 한 이자 수익과 원금이 보장된다.

경기 회복기에 대비해 ‘단타’ 상품을 찾는 자산가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곧바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돈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3개월 만기 전자단기사채 등에 대한 문의가 늘어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최홍석 신한PWM잠실센터 팀장은 “만기가 짧은 통안채, 금융채, 증권회사채 등을 매입하고 싶다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금융채는 쿠폰(액면) 이자율이 연 3% 이상인 경우도 있어 정기예금보다 확실히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