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중장년 구직자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담하는 중장년 구직자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중장년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4일 발표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고용충격 대응방안의 핵심내용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156만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던 노인일자리 등 약 60여만개 정부일자리를 신속히 재개하고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를 최소 55만개 이상 만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한 10조원 규모의 고용안정패키지 대책의 후속조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는 당장의 일자리 상실은 물론 노동·고용시장 전반에 양적·질적으로 큰 충격과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긴급고용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충격에 따른 고용지원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한편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가 '제2의 노인일자리'처럼 단기처방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정부는 먼저 올해 예산으로 만들기로 한 공공부문 직접일자리 95만5000개 가운데 코로나19로 멈췄던 노인일자리와 자활근로사업 등 약 60여만개 일자리사업을 신속히 재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최대한 비대면·야외작업 등으로 전환하고, 사업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집행상 탄력성을 최대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공공부문 직접일자리에 선발된 77만8000명 중 33만3000명은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고, 44만5000명은 휴직 중이다.

코로나19 고용충격이 집중되고 있는 청년층의 비대면·디지털 일자리와 취약계층 일자리를 중심으로 직접일자리도 최소 55만개를 추가로 만들기로 했다. 청년층 경력개발에 도움이 되는 공공분야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10만개, 민간분야 청년 디지털 일자리 5만개, 청년 일경험일자리 5만개, 취약계층 일자리 30만개, 중소·중견기업 채용보조금 5만명 등이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일용‧임시직 등 취약계층의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보완이 시급하다"며 "비대면 업무방식이 확산되면서 고용의 비정형성이 가속화되고 있어 업무방식의 유연화를 반영할 새 그릇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2008년 정세균 국무총리(당시 민주당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고용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55만개 공공청년일자리 사업'에 대해서 "땜질식이며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도 "저질 일자리만 늘릴 게 뻔하다"고 했다.

제2의 노인일자리 우려

정부가 재정을 대거 투입해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령 공공일자리의 업무분야는 강의실 불끄기, 하천 정비, 공공부문 인턴 등으로 기존 노인일자리 영역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최대 근로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노인일자리와 자활근로사업이 멈춘 상황 속에서 공공일자리 역시 정상 운영될지도 미지수다.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55만개도 마찬가지다. 청년층 경력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는 데이터구축·방역·환경보호 등 분야에서 주 15~40시간씩 최장 6개월 일하는 조건을 내세웠다. 민간분야 청년 디지털 일자리 5만개에 대한 자금지원도 최대 6개월까지다. 고용이 계속 유지될 경우 정부는 재정적 부담을 질 수밖에 없고, 고용 유지가 안 되면 다시 실업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재정만 쓰고 실효성 확보가 어려웠던 노인일자리 사업과 유사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불 감시, 환경 보호 같은 일을 월 30시간씩하고 27만원을 수령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고용난 해소에는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궁극적으로 민간에 맡겨야 할 일자리 창출을 정부가 과도하게 추진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공공일자리 156만개는 국내 상장사 매출액 상위 1000곳의 고용인원 132만7383명(2018년 기준)보다도 많은 숫자다.

A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로 끝날 수밖에 없는 공공일자리 사업의 고용대응은 오히려 당사자의 취업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규제 혁파, 경영활동 애로 해소 등 오히려 민간분야에서 지속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